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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때나 봤던 환율 수준, 이러다 1500원까지?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12. 2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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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7일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사진=연합뉴스]

 

 

후우... 환율 1450원을 넘어 1480원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환율이 1500원도 뚫을 기세예요. 

1400원이 이제 뉴노멀이 됐구나 했는데 1450원은 또 느낌이 다르긴 합니다. 
지난 19일 1450원으로 껑충 뛰었을때 
2009년 3월16일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는데 

1998년 미국 교환학생 갈때 환율 1800원까지 갔던 기억이 있어요. 

기록상 그때 환율은 장중 1900원을 넘기도 했어요. 

 

글로벌 금융위기때 1500원대 잠깐 찍었었지요. 
그 이후로는 레고랜드 사태 때 1430원대로 오르긴 했는데 
위기 때만 봤던 환율 1450원을 다시 보게 된 거죠. 

일단은 글로벌리 달러가 강세인 상황이에요. 
11월 초 미국 대선 앞두고 
트럼프 트레이드가 환율 끌어올리기 시작했어요. 
트럼프 당선으로 달러인덱스 108선까지 올라갔으니까요. 

 

출처 = 네이버금융

탄핵정국이 망친 경제


여기에 우리나라만의 특수성도 더해진 결과입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졌잖아요. 


12월 들어서 1400원선으로 올라왔는데
이때만 해도 환율 왜 이래 하며 갸우뚱했는데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한 직후 야간 거래에서 
환율이 1444원까지 치솟았었어요. 


그러면서 1400선이 일상으로 굳어진 듯합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환율에 대해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환율 1400원은 뉴노멀이 됐다" 

경제 수장들까지 이렇게 인정을 하니

다들 이제 1400원대에 익숙해져야 하는구나 해야겠죠. 

환율은 사실 그 나라 경제체력을 

단적으로 반영하는 지표예요. 

탄핵으로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니 

경제 생각하면 1500원 선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창용 총재가 최근 탄핵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성장률이 2.1%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2%인데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거죠.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노력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총재 분석으로는 예산안이 긴축적이라 내년 성장률을 0.06% 갉아먹는 효과가 있다는데요. 
국회가 10일 본회의에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은 673조 3000억 원. 
정부안에서 4조 1000억 원 감액한 수준이에요.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조절도 영향

FOMC가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예상했던 대로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뜯어보니 매의 발톱이 보였잖아요. 

일단 만장일치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설전이 상당히 오갔고
결국 배스 해맥 클리브랜드 연준 총재는 동결에 표를 던졌어요. 

점도표, 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는 어느 수준쯤 될 것인지 점으로 찍는 표인데 
19명 중 10명이 내년 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는 걸로 제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내년 연준의 금리인하가 기존에는 4번 정도 예상됐는데 
그게 2번으로 줄어든 거라 매파적 금리인하라는 말이 나왔어요. 

이렇게 매파로 돌아선 것은
연준은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운명이거든요. 
연준의 주요 목적이 물가안정, 최대고용 달성, 금융시스템 안정입니다. 

그런데 고용지표를 위시한 경제 회복력은 강한데 
인플레이션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으니 
이거 금리를 막 내릴 순 없겠다 한 거예요.   

11월 고용지표만 봐도 비농업 신규고용 시장 예상보다 많이 늘었고 
실업률은 예상치 부합. 고용은 골디락스라는 평가. 기업 실적도 좋고. 

그런데 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된다는 거에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관세인상, 불법 체류자 추방 등인데 
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에요. 

실제 일부 연준 의원은 점도표상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인플레 자극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기도 했어요. 

연준은 경제전망예측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0%에서 2.1%로 상향한 반면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 2.1%에서 2.5%로 대폭 높여 잡았어요. 

그럼 금리인하를 빠르게 할 수 없는 거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AP]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이렇게 환율이 오르면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요.

보통은 기재부에서 "변동성 확대되면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멘트를 날리는데요. 
구두개입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요새는 구두개입도 안 먹히는 분위기예요. 


과거에는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이 오르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매도해서 
환율을 낮추고 했거든요. 

구두개입을 하면 대규모 실개입이 따라오겠구나 경계했어요. 
 
예전에는 도시락폭탄이라는 용어도 있었어요. 

글로벌 금융위기 때 900원대였던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서 1004원까지 가니까

당국이 딜러들 점심 먹으러 가서 거래가 한산했던 그 틈을 타서

대규모로 달러를 팔았고 순식간에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당국이 '도시락 폭탄'을 투하했다고들 했었죠. 


그런데 외환시장 규모 커지면서 
당국의 개입으로는 해결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했고 
여기에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우려도 있어서 
함부로 대규모 개입은 못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환율의 수준 자체를 낮추기보다는 
오르는 속도를 조절하는 정도의 
미세조정, 스무딩오퍼레이션 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구두개입을 해도 
대규모 실개입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거란 걸 아니까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그래서 국민연금 동원?


사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자산은 상당해요. 
외환보유액이 4154억 달러 정도라 세계 9위고요. 

연기금 해외 대체투자 인기 끌면서 해외에 투자해 놓은 게 꽤 많거든요. 
달러자산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다는 거죠. 
국민연금만 봐도 9월 말 기준 해외자산이 4855억 달러예요. 
해외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왔어요. 

그래서 이번에 환율 안정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된 게 국민연금 활용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가장 활용할만한 게 국민연금인데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에서 팔자 이런 게 아닙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위에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계약 기한을 
이달 말에서 1년 연장하고 
한도도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는 안건을 의결했어요.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려면 
갖고 있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 상승 요인이 되거든요. 

차라리 그러지 말고 한은이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는 달러를 
원화와 바꾸자고 하는 스왑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결국 달러를 한은이 빌려주는 거고 몇년 후에 다시 돌려받는 구조예요. 
그러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없으니 안정될 거고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당장 시장에서 비싼 달러를 사지 않아 이익일 가능성이 높아요. 

2022년 최초 계약 당시 100억 달러였다가 
2023년 4월 350억 달러, 지난해 6월 500억 달러로 계속 늘렸는데 

이번에 또 650억 달러로 늘린 거예요. 


전략적 환헤지 비율도 상향조정


원래 국민연금은 해외투자할 때 원칙적으로는 환헤지를 안 합니다. 
해당국 자산뿐 아니라 통화에도 투자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환헷지를 하면 비용이 들기 때문에 환헷지를 하지 않죠. 

그런데 환율이 특정 수준을 돌파할 경우, 변동성이 높을 경우 
기금운용본부가 재량적으로 헷지를 하는 걸 전술적 환헤지라고 하는데

그  한도가 5%에요. 

전술적 말고 전략적 환헤지도 있는데 
전략적 환헤지는 모든 해외 자산에 대해 일괄적으로 헤지 비율을 결정하는 겁니다. 

그 한도를 2022년 11월에 10%로 높여놨는데 한 번도 실행한 적은 없었어요. 
그게 올해 말에 종료되는데 그 기간을 더 연장하기 했어요. 

 

환헷지가 환율에 어떤 영향을 줄까


환헷지를 할 때 보통 선물환, 통화선물, 외환스왑, 통화스왑 등의 방법을 쓰는데.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달러 자산을 매입하면서 
헷지 하려고 달러 선물을 매도하면 
이 선물을 사주는 금융기관, 보통은 외국계 은행인데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달러를 미리 팔아야 해요.

그래야 환 포지션을 스퀘어로 만들 수 있거든요. 

주로 외국계 은해이 받아주는 이유는

달러는 본사에서 차입해 오기가 수월하기 때문이에요. 

여하튼 달러 현물을 팔게 되니 환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거죠. 

현재 국민연금은 9월 말 기준 해외자산 중 2.75%만 환헤지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5%까지 늘리면 최대 242억 8000만 달러, 
추가로 10%를 늘리면 최대 700억 달러 수준까지 
환헤지 규모가 확대됩니다. 
시장에 달러가 풀리면서 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거예요.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게 맞냐 논란이 있는데 
사실 주가나 환율이나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 
정확히 예측하는 게 쉽지 않죠. 
국민연금이 방향을 예측한 게 나중에 보면 
맞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환율 변동성이 계속 이렇게 커질 거라 본다면 
일부 환헷지를 하는 게 맞아요. 

 

다만 외환당국 요구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아요. 
국민연금 운용에 있어서 환헷지 여부는 첫째도 수익률, 둘째도 수익률이어야 합니다. 

 
은행에도 협조요청


금융위가 은행들에 기업 외화결제/외화대출 만기조정 요청했어요. 
산은, IBK기업은행, 수은 등이 대상인데 

외환시장의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가 기업입니다. 
수출업체가 받은 달러를 파는 것을 네고물량이라고 해요. 
수입업체가 원재료 매입 위해 달러를 사는 수요를 결제수요라고 합니다. 

은행들이 기업들이 원재료 매입 위해 
수입신용장 개설하면 은행은 기업에게 대금 먼저 지급하고 
기업은 일정 기간 후 은행에 결제하거든요. 
근데 만기를 조정하면 기업들은 연말에 이렇게 높은 환율에 
달러를 마련할 필요가 없어지니 기업들 숨통이 좀 트이겠죠. 

기업들 환율 부담은 줄어들고 
외환시장 수급부담 완화, 환율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당국은 대신 은행들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연기하기로 했어요. 
이건 은행이 위기상황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유지하기 위한 건데
스트레스테스트를 했을 때 보통주자본비율이 얼마나 떨어지는가에 따라 
최대 2.5%포인트 내에서 차등 부과하는 겁니다. 

비거래적 성격의 외환포지션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기로
위험가중치 적용 기준을 개선해서 은행의 건전선 부담을 좀 줄여주면서 
대신 기업금융 확대를 지원하라는 취지인 거죠. 

 

트럼프 당선인도 바라지 않는 강달러인데

 

트럼프는 무역적자 개선 위해 약달러 원하고 있어요. 
그러나 트럼프 정책 자체가 강달러를 유발할 수밖에 없어요. 
관세폭탄, 법인세 인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하면 강달러가 될 수밖에요. 

관세폭탄은 유럽이나 아시아 동맹국 경제에 부담을 지우면서 
달러의 매력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 최근에 올해 영국 런던증시에 상장사 이탈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라는 뉴스가 있었는데 
런던 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하거나 주력 증시를 다른 곳으로 옮긴 기업이 88개에 달해요. 

이 상장사들이 향하는 곳이 뉴욕 증시입니다. 

미국으로 가야 투자자도 더 확보할 수 있고 유동성도 풍부하기 때문인데요.

전세계 유동성을 미국이 빨아들일 것이란 전망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사업이 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주력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곳들인 거죠. 

그러면 달러는 더 오를 수밖에요. 

 

고환율에 기업들 아우성


예전엔 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에는 호재, 수입업체에는 악재. 이런 공식이었어요.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이 올라가니 그만큼 원가가 올라갈 것이고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외화부채를 많이 갖고 있거나 
항공사처럼 항공유 달러로 사다 써야 하는 업종들에는 분명 악재예요. 

그리고 이렇게 수입물가가 올라가면 
시차를 두고 결국 소비자물가도 올라가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도 인플레이션에 의한 고통 불가피합니다. 

수출기업에게는 예전처럼 환율 상승이 호재일까요?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분명 수출기업들에 좋고 
소규모 개방경제, 수출의존국인 우리나라의 경제에도 분명 플러스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 상황이 다른 게 
수출기업들 기지를 해외로 많이 이전해서 
거기서 만들어서 팔고 거기서 번 돈은 거기서 또 투자하는 구조예요. 
또 수출기업 상당 부분이 원자재를 수입해 와서 가공해서 수출하는 모델이라 
비용 증가 요인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지금 환율 수준이 걱정스러운 거죠. 

경제계는 과거처럼 우방국들과 통화스왑이라도 체결해 달라 

이런 건의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뭘 해도 잡히지 않던 환율이 

미국과의 통화스왑 계약 한방으로 진정된 경험이 있잖아요. 


지금 환율 1500원선 전망까지도 나오는데 
당분간은 환율이 내려가긴 어려울 것 같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음 달 출범하니 
출범 후에 관세정책이나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정책에 
어느 정도로 속도를 내는가, 정책 수정은 없는가 
이런 것들을 보면서 환율도 방향성을 결정할 듯합니다. 


환율 1400원이 어차피 뉴노멀이 됐다면 
지금으로서는 변동성을 줄이는 것, 오르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최대 과제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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