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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가 열 새로운 자본시장

laissezfaire 2024. 9. 30. 09:20

 

 

 


STO란 무엇인가요



STO는 Security Token Offering의 약자. '토큰증권 발행'입니다. 

 

여기서 토큰증권은 작년 2월에 금융위원회가 내린 정의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던 명칭도 '토큰증권'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분산원장이라는 건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화된 서버가 아니라 분산화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 우리가 블록체인이라고 부르는 게 분산원장 기술의 한 종류예요. 

분산원장을 사용하면 보안도 강화되고 정보의 신뢰성, 투명성도 높아지는데다 토큰증권 발행, 유통,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나 시간도 크게 단축됩니다. 

토큰증권에서 '증권'의 개념부터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증권이라고 하면 주식이나 채권을 떠올리는데 증권의 종류가 아주 많아요. 

 

주식은 지분증권, 그리고 채권은 채무증권이죠. 
그 외에도 자본시장법상 증권에는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이 있는데 
이렇게 지분증권, 채무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을 정형적 증권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증권이 또 있어요. 

수익증권, 고객이 맡긴 재산을 운용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권리. 
투자계약증권. 특정 투자자가 공동 사업에 투자하고 그 결과에 따른 손익을 받을 권리. 
이 두가지가 비정형적 증권이에요. 

이 증권을 어떤 형태로 발행하는가에 따라 증서에 기재해서 주면 실물증권, 중앙집중식 계좌부에 기재하면 전자증권, 분산원장에 기대하면 토큰증권인 겁니다. 금감원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그래픽으로 명확하게 설명해 놨어요. 

 

 


STO 시장의 가능성



정형적인 자산 뿐 아니라 비정형적인 자산에 대해서도 토큰화가 가능하니 금융시장 입장에서 보면 혁신적이긴 합니다. 그래서 음원, 한우, 미술품, 부동산, 선박, 항공기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나오는 것.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조각으로 분할해 토큰으로 발행하니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증권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고 투자자들의 투자기회도 넓어지게 됩니다. 

자금조달도 손쉽게 가능합니다. 전통적인 자금조달 방법이라면 IPO 하는 건데 절차 복잡하고 상장 요건도 까다롭고 기업이 주식을 발행하는 것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ICO인데 바로 암호화폐 공개입니다. IPO를 하지 않고도 투자자가 구입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를 발행해서 조달하는 거라 인기가 많았어요. 별다른 규제도 없고 조달비용도 낮다는 점은 장점인데 스캠 코인 사기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ICO의 80%는 사기라고 할 정도로 문제. 그래서 STO가 주목받는 것. 

기존 주식이나 채권은 회사가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그런데 토큰은 자산, 프로젝트 단위 별로 조달 가능. 주식이나 채권 발행보다 자금조달 과정이 간단하고 비용도 낮아요. 그리고 ICO에 비하면 제도권 안에서 증권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투자 안전성도 있습니다.

 


STO 시장이 열린 걸까 안 열린 걸까



STO 시장은 이미 해외에서는 제도가 마련되면서 시장이 많이 열렸고 우리나라에서는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뮤직카우 같이 조각투자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증권성이 있냐 없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어요. 금융당국이 뒤늦게나마 이에 대해 정의를 내리면서 규제당국이 뒤따라가는 형태가 된 거죠. 

작년 초에 금융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내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STO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컸는데요. 가이드라인이라는 건 제도권 내에 편입시켜주겠다는 의미니까요. 

게다가 윤창현 당시 국힘 의원이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전자증권법 개정안 대표발의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아올랐어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는 투자계약증권, 신종자본증권 유통 허용 내용. 그리고 전자증권법은 블록체인 방식으로 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법안 통과되지 못하고 21대 국회는 종료됐고, 이 법안들은 자동으로 폐기됐습니다.   

그 사이 금융위 스탠스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바뀌었는데 금융위는 정부기관이니 인사로 담당자 로테이션이 생기죠. 담당 국과장이 바뀌면서 STO 업계에서는 지금은 숨만 쉬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 할 정도로 분위기 얼어붙었어요.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할 정도였거든요. 

사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이런 새로운 금융상품 만들어지면서 또 어떤 노이즈나 논란이 생길지 모르고 금융소비자 보호가 먼저이니 달갑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죠. 블록체인 기반이라고 하니 코인과 오버랩 되는 부분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처음에 이걸 신사업,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열심히 준비하고 뛰어들었던 증권사나 조각투자회사, 핀테크업체들 다 개점휴업상태에 돌입했었습니다. 


22대 국회 움직임



22대 국회 초반에는 움직임이 없다가 이제 국민의힘에서는 김재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민병덕 의원이 STO 관련 세미나도 열고 법안 발의도 준비하면서 깃발을 들었어요. 

 

의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법제화에도 속도를 낼 수 있지 않겠나하는 기대감이 높은데요. STO에 대해서는 당론이 갈리는 사안은 아니라 22대 국회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금융위원장 바뀐 것도 한몫 하고 있는데요, 김병환 위원장이 취임 전 인사청문회때 STO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토큰증권은 입법을 해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입법안을 만들어서 협의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거든요. 물론 형식적인 답이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안 하겠다, 못 하겠다가 아닌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분위기였어요. 

업계에서는 당국의 보수적인 입장만 좀 누그러져도 한결 숨통이 트인다는 입장이에요. 


조각투자업체들이 내놓는 금융상품은?


가능하긴 한데 그렇게 활발하거나 시장이 확 커지는 상황은 아니에요/  

조각투자업체 두가지 종류.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상품을 내놓거나 
비금전 자산의 지분을 쪼개서 투자하는 신탁수익증권으로 내놓으려면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돼야. 소위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가야 해요. 

 

지금 샌드박스에 지정된 곳은 부동산 하는 카사코리아, 루센트블록, 펀블/ 음원 하는 뮤직카우/ 대출채권 하는 에이판다파트너스/
항공기엔진 하는 갤럭시아머니트리 컨소시엄 이렇게 6곳이에요. 

샌드박스 지정되기 어렵죠. 작년 말에는 금융위 규제샌드박스 1차 심의에 36개 조각투자사업안이 올라왔는데 그중 31곳이 탈락하기도. 결국은 갤럭시아머니트리컨소시엄 한곳만 승인받았네요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려고 해도 증권신고서를 내서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10억~20억 조달하기 위해 로펌의 조언을 받아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증권신고서를 만들어야 하고  그마저도 신고서 정정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까다로운 승인과정을 거쳐 공모했는데 첫 청약률은 상당히 높았으나 청약만 하고 실제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실권주가 발생하고, 결국 청약 미달 상태가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고요. 

신탁수익증권은 각각 발행한 회사 플랫폼에서 유통이 가능한데 투자계약증권은 2차 유통이 되지 않아 일단 상품에 투자하면 중도환매가 불가능해요. 그래서 더 투자계약증권 청약미달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신탁수익증권으로 발행이 가능하면 증권신고서도 20페이지 정도로 가능하고 2차 거래도 가능하지만 문제는 시한부라는 것. 

카사 같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회사들은 4년 넘어서 6개월 단위로 다시 규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STO를 위한 법제화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아우성인 거예요. 


해외 STO 시장은?



미국은 2017년에 가이드라인 발표 및 제도권 편입을 위한 규제를 마련했고, 현재 STO 거래소 15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급 결제성 토큰과 증권형 토큰을 분리해서 제도권에 편입했어요. 자율규제기관 두고 라이선스 발급하는 형태인데요. 
일본은 증권사들이 중심이 돼 협회 형식으로 자율규제기구를 만들었는데 증권사들이 시스템도 공동으로 투자해서 구축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투자청이 2017년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 배포했어요. 2020년 STO 플랫폼 정식 인가. 증권형 토큰은 자본시장 면허와 무관하게 발행하고, 거래 플랫폼은 면허를 취득해야 설립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2021년 화폐금융법 단행, STO 관련 법제 마련하고 STO 사업 허용. 빌라나 채권 등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토큰증권을 발행합니다. 

해외에서는 그래서  다양한 실물자산을 토큰증권 유형으로 발행하는데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STO 거래 플랫폼 INX에서는 영국 프로 축구 클럽 ‘왓포드’의 소수 지분과 콘텐츠 제작사가 제작한 미디어 콘텐츠의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토큰증권 유형으로 발행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또 다른 대표 STO 거래 플랫폼 시큐리타이즈에서는 KKR과 해밀턴레인 등 사모펀드운용사들이 펀드를 토큰화. 사모펀드는 거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이렇게 사모펀드를 토큰화하면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나라는 부동산, 미술품 중심이지만 해외에서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정형적 자산도 토큰화의 대상이 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엔비디아 주식을 토큰화하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코인으로 엔비디아를 구매할 수 있어서 편의성도 높아요. 


국내 대신 해외로



법제화는 언제 될지 모르겠고 규제 샌드박스 지정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더 어려우니 이렇게 손만 빨고 있다가는 망하겠다 싶어서 해외로 눈 돌리는 곳들 많습니다. 

일단 지리적으로 가깝고 STO 시장이 먼저 열린 싱가포르가 타깃인데요. 유튜브 투자 플랫폼 소셜러스와 항공 리스 관리 스타트업 VMIC 등 STO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준비. 바이셀스탠다드도 마찬가지고요, 

 


STO 산업 발전을 위해



우선 법제화가 가장 시급합니다. 그리고 상품의 다양성이 확보돼야 하고요.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기초자산 외에도 △ESG채권 △비상장 주식 △지적재산권(IP) △K-컬처 등을 토큰화하는 거죠.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의 문턱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혁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규제 샌드박스. 더 많은 기업이 들어와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당국이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죠. 

싱가포르는 ‘샌드박스 익스프레스’ 제도가 있어서 세계에서 심의기간이 가장 짧고, 기준이 단순해요. 기업건전성과 기술혁신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만 기업을 심의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