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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싸움, 황제주 품절주 된 고려아연

laissezfaire 2024. 10. 29. 22:54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에 가까운 절반의 성공. 

 

지난 23일 공개매수를 마감했고 어제 그 결과를 공개했는데 최대 414만 657주, 20%를 공개매수할 계획이었으나

응한 지분은 233만 1302주, 11.26%.

 

당초 목표치였던 20% 17.5%를 고려아연이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고 2.5%를 베인캐피털이 매수하기로 했는데 11.26%만 응했으니 이를 안분비례해 배분한 결과 고려아연이 9.85% 사들이고 베인캐피털이 1.41%확보하게 됐어요. 고려아연이 확보한 9.85%는 모두 소각할 예정입니다. 

 

영풍과 MBK쪽에 5.34%가 응했고 고려아연 쪽에 11.26%가 응했으니 절대적으로 고려아연 쪽에 응한 물량이 많긴 한데 공개매수가가 66만 원 더 높았고 목표했던 물량의 절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니까 그렇게 성공적이라고 보긴 어려워요. 

 

이번 대항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영풍과 MBK는 주주들이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본인들 손을 들어준 거라고 자평했는데요.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의 여론전이 영향을 준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MBKMBK 측이 일단 자사주 매입 중지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사법리스크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었고 MBK 측이 시중 유통물량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불확실성을 확대했다면서 시장 교란 의도가 있다,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거든요. 고려아연 측 스스로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거죠. 

 

자사주 소각 후 지분율은

소각 전 지분율로 보면  영풍과 MBK 연합 지분율이 38.47%, 최윤범 회장 측 지분율이 35.42%이었는데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가 20702070만여 주고  소각되는 자사주가 204204만여 주니까 소각되고 나면 발행주식수는 18701870만 주 정도가 남습니다. 이 지분을 기준으로 양측의 지분율을 계산해 보면 영풍과 MBK 지분율은 42.67%로 올라가요. 최윤범 회장 일가와 베인캐피털 보유 지분은 18.92%, 최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불리는 지분은 20.37%라서 합하면 39.29%입니다. 지분율 차이가 3% 정도 나는 거죠. 

 

더 중요해진 국민연금

 

양측이 모두 확실한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으니 결국은 의결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추가 지분 확보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텐데

의결권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세 가지예요. 

 

1. 장내에서 매수한다.

2. 국민연금을 설득한다.

3.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공개매수 전에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는데 공개매수에 얼마나 응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응했더라도 일부만 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5% 이상은 들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위탁운용을 맡긴 펀드에서 샀을 수도 있고, 고려아연이 이제 시가총액 10위 전후로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고려아연 비중을 제로로 만들고 갈 수는 없거든요. 

 

지분율 차이가 3% 포인트 안팎이면 국민연금이 5%만 들고 있어도 그 파워가 상당해지는 셈이에요. 임시주총이 잡히고 안건이 상정되면 수탁자책임위원회를 열어서 찬반을 논의할 텐데 다만 지금으로서는 기권을 할지,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알 수 없습니다. 

 

이밖에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남아있는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것도 중요할 텐데기관투자자, 외국인,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장 경쟁도 뜨거울 듯하네요. 

 

장내 지분 확보는 결국 자금 싸움

 

이제 장내에서 그 기대감 때문에 주가도 급등한 상태인데 29일 150만 원을 넘어선 상태라 황제주 등극.

공개매수가인 89만 원과 비교해도 68% 이상 높은 상태

 

 

그만큼 장내 매수에 따른 자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사주 소각 후에 고려아연 지분 1%를 확보하려면 주가 150만 원을 기준으로 2800억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확실히 의결권에서 앞서가려면 그래도 5% 정도는 확보해야 과반에 근접하는데  그러려면 1조 원 넘는 돈이 더 소요되는 상황이니 자금부담이 상당한 거죠. 

 

게다가 시장 유통 물량도 중요한데 고려아연 공개매수 후 자사주 소각 후에 영풍 연합 측, 최 회장 측 지분과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4%를 빼면 대략 15% 정도가 남는데요. 

 

이 중에서도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이 들고 있는 지분이 있을 테니 시장에 실제로 유통되는 물량은 더 적을 텐데, 5~6% 수준 밖에 안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보통 유통물량이 전체 지분의 20%를 밑돌면 보통 품절주라고 부르는데 워낙 유통물량이 없으니 조금만 사도 주가가 확 오르겠죠. 고려아연 주가가 150만 원을 훌쩍 넘어선 데에도 이런 수급 요인이 작용한 듯합니다. 

 

이 와중에 양측이 장내 지분 매수에 나서면 주가는 더 올라갈 텐데 그럼 매입 부담은 더 커지겠죠. 그래서 또 자금력 싸움, 돈 싸움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