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서 완전히 승기를 잡은 영풍·MBK
역시나 장내매수한 영풍-MBK 연합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매입을 위해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고려아연 지분 1.36%를 더 확보했다고 밝혔네요.
10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딱 매수하고, 그날 딱 공시한 MBK파트너스.
장내 매수 지분은 28만여주, 주당 취득단가는 82만 4394원에서 133만 2930원 사이예요.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가 끝난 게 지난달 14일이었는데
나흘 있다가 바로 장내매수에 돌입한 거네요.
이땐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끝나지 않았던 시기예요. 23일까지 자사주를 매입했거든요.
초반엔 장내에서 매수하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18일 2만주, 21일 5만 주 이틀 딱 매수하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끝나고 나서는 매수 빈도를 늘렸더라고요.
지난주에는 매일 샀어요.
그래서 추가 지분 확보하는데 쓴 돈이 2921억 원 정도.
공개매수에서 9173억원 정도 썼으니 총 1조 2000억 원 정도 쓴 셈이에요.
이렇게 해서 MBK와 영풍 연합은 공개매수로 38.47% 확보한 데에 더해
1.36%까지 해서 총 39.83% 확보했습니다.
자사주 소각 후 기준으로 보면 44.19%로 올라가네요.
최윤범 회장 측과 더 벌어진 지분차이
최 씨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5.65%,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 1.41%
우호지분으로 분류했던 대기업 지분 18.37%까지 더하면 35.43%고
이 경우 지분차이는 4.4% 포인트 정도예요.
원래 3% 포인트 안팎 차이였는데 영풍과 MBK가 장내 매수를 하면서 더 벌어졌죠.
문제는 지금 우호지분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에요.
우군으로 여겨졌던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0.8%를 전량 매도했습니다.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회장과 최윤범 회장이 친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가가 장중 한때 154만 원대까지 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만일 차익실현을 하지 않는다?
그것도 현대차나 LG화학이나 한화처럼 사업적 협력관계도 아닌데 오너 간 친분 때문에?
그러면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명백히 배임이죠.
그래서 차익실현을 한 듯합니다.
현대차도 최 회장이 보기에 좀 불안 불안한데
고려아연 기타 비상임이사로 있는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실 본부장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두 번 연속 불참했거든요.
뭐 일이 있어서 불참했을 수 있지만 현대차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런 일련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나중에 주주들이 소송이라도 걸면
그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일단 발을 뺀 게 아닌가 싶네요.
또 다른 우군 한국타이어 역시 자회사 한국프리시전웍스를 통해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 동안 지분 1만 주를 사고팔아 8억 원의 차익을 냈어요.
자본시장에서는 결국은 돈이에요.
우군들이 의리가 있는데, 혹은 사업파트너니까 최 회장을 도와야지 하는 인식보다는
주가 오르네? 차익실현하기 좋은 기회네? 하고 수익률 관점에서 먼저 볼 수밖에 없어요.
베인캐피털이 유상증자 계획을 몰랐던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게 사실이면 베인과의 관계도 틀어질 수 있습니다.
이대로 임시주총이 열리면 MBK와 영풍측이 추천한 신규 이사 14명 진입은 무리없이 이뤄질 것 같네요.
완전히 승기를 잡은 거죠.
최윤범 회장 측 유상증자에 걸린 제동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에 유상증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일단 유증엔 제동이 걸렸어요.
금감원은 고려아연에 유상증자 추진 경위/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 기업실사 경과/
청약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 차이점 등을 보완하라고 했습니다.
공개매수 끝난 지 얼마 안돼 2조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밝히면서
20%를 우리 사주조합에, 80%를 일반공모한다고 했는데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최 회장 측 지분일 게 뻔하고
유상증자 청약한도를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1인당 11만 주로 제한한 것도
영풍과 MBK가 유상증자로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하는 걸 막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하게 보였거든요.
게다가 주가가 150만 원이 넘는 상황에서 주당 67만 원에 유상증자 하겠다니
주주들 반발도 거셌죠.
한편으로는 공개매수 하려고 돈 빌리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했는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해야 한다고 하니 논리도 안 맞고
결국 경영권 지키려 빚내서 공개매수하고
그 돈 갚으려고 유상증자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어요.
정정신고를 요구하면서 금감원이 상당히 강한 어조로 발언을 했는데요.
금감원 자본시장 회계담당 함용일 부원장이 지난달 말 브리핑한 걸 보면
최근 상장법인 등의 공개매수 합병 및 분할, 증자 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를 보면
과연 상장법인의 이사회 멤버들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현재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인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이슈와 맞닿아 있고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에 크게 어긋날 수 있어서
당국으로서는 결과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어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대해 기업 밸류업에 반하는 사례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어요.
최윤범 회장 유상증자 강행할까? 아니면 포기할까.
유상증자 철회 관련해 현재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하긴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강행할 수 있을까요. 강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고려아연이 사외이사들만 참여하는 모임을 따로 만들어서
유상증자 철회 여부, 그리고 경영권 방어 방안 등을 논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른바 특별위원회를 만들고자 한 건데
사내이사까지 하면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고문까지 참석 가능하고
특별위원회가 결정해서 유증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하면 명분이 되니
나름 아이디어를 낸 건데
사외이사 일부가 반발해서 특별위원회 설치는 무산됐어요.
그만큼 사외이사들도 최 회장의 행보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거예요.
일단 13일 이사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철회 안을 의결하지 않겠냐 보고 있습니다.
만일 고려아연이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유상증자 계획 철회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금융당국이 의심하고 있는 부분은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신고서 제출할 때
유상증자를 이미 계획했을 것이라는 점.
만일 의도적으로 이런 계획을 감췄다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고,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기재일 수 있으니
이건 철회하지 않으면 또 다른 사법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