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금산분리, 어떻게 되는 걸까
사모펀드 금산분리론
사모펀드 금산분리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최근에 몇 번 불을 지폈고
12월 12일 금감원이 PEF CEO들을 불러모아서 간담회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금산분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어요.
이날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스틱인베,
H&Q, VIG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코리아, 스카이레이크 등 12개사가 참석.
출자약정규모 상위인 PEF들 거의 다 불러모은 것.
지난 2022년 6개사, 2023년 8개, 그리고 올해에는 12곳이 참석해서 역대 최대.
금감원이 정례적으로 업권별로 간담회를 가져왔는데
사모펀드 업계와의 정례간담회의 성격이었다고 설명했지만
그런데 사모펀드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간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 때문이었어요.
지난달 28일에는
과거에는 당국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
이제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모펀드 금산분리 화두를 던진 건데
최근 고려아연, 하이브, 한미약품그룹 등 사모펀드가 얽힌 사례들이 많았잖아요.
이런 와중에 열리는 간담회니까
사모펀드에 대한 어떤 압박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에요.
지금 도입된 금산분리와 다른 금산분리?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소유를 금지하는 것을 의미해요.
1995년 은행법에서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은산분리를 규정하면서 도입됐어요.
은행법에서 보면 산업자본이 은행 의결권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요.
금융자본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15% 이상을 소유할 수 없어요.
그땐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은행지배를 막자는 취지였어요.
개발시대에 대기업들, 재벌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할 때
은행에서 무분별하게 대출받아서 자금을 충당했어요.
때문에 은행 사유화, 특히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도입한 게 금산분리예요.
특히 은행이나 보험사가 갖고 있는 돈은 예금자나 보험계약자 같은 고객의 돈인 건데
그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이었던 것.
그리고 산업계 부실이 금융으로 전이되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취지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엔 여러 금융자본 중에서도
사모펀드의 산업지배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불거진 이슈에요.
방향이 다르죠. 산업->금융이 아니라 금융->산업에 제동
실제 압박이 있었을까
금감원이 낸 간담회 보도자료를 보면
"최근 PEF 운용사례를 통해 PEF의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 건전한 성장방안 등과
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지속 추진해야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음"이라고 돼 있어요.
참석헸던 대표들 얘기 들어보면
"금감원이 최근 언론 보도들 어떻게 보냐,
PEF가 너무 단기차익 추구하고 적대적이라고 지적나온다.
이에 대해서 한마디씩 해주시면 좋겠다" 하면서
돌아가면서 의견을 묻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참석한 대표들 대부분이
금감원이 제시한 자본시장 선진화,
그리고 PEF의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 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이긴 했는데요.
다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해명성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아니다,
1대주주와 함께 진행하는 거다.
장기적으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위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고
주재자에 달린 회의 분위기?
당초 이 간담회는 12월 첫 주로 예정돼 있었는데
계엄령 선포, 그리고 탄핵정국으로 바로 돌입하면서 한주 미뤄졌어요.
그러면서 주재하는 사람도 바뀌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아니라 함용일 부원장이 나섰어요.
이복현 원장은 고려아연 사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는데
주재자가 함 부원장으로 바뀌면서
회의 주재 분위기가 강하지 않고 청취하는 식으로 간 거 아니냐는 분석도 있긴 했습니다.
사모펀드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방증
*PEF 대표 모아놓고 자본시장 선진화 얘기하고 역할과 책임을 운운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사모펀드가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해요.
그만큼 영향력이 커졌으니 그에 맞게 제도를 정비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시각들은 있었어.
실제 2004년 PEF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후 1100여개로 늘었고
출자약정액도 2004년 4000억원에서 작년 기준 136조4000억원으로 늘었어요
사모펀드는
기업 경영권 인수해 사업전략을 효율화하고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했고
기업 성장에 필요한 모험자본을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사모대출, 메자닌 투자 같은 다양한 운용전략으로
높은 내부수익률(IRR)을 안겨주는 역할도 했어요.
기업이나 투자자나 자금이 부족하면
사모펀드부터 찾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서 뒷배가 필요해도
사모펀드를 찾는 시대가 됐어요.
국내 자본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된 거죠.
빠르게 성장한 만큼 성장통도
여러가지 부작용도 있었고, 부정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기업사냥꾼, 벌처펀드 이런 꼬리표들이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죠.
PEF는 펀드 하나 자금모집하고 운용해서 청산하기까지
5년, 길어야 10년이라
기업을 인수한 후 3~4년이 지나면 엑시트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상대적으로 단기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당장의 기업 재무제표를 예쁘게 만드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무리하게 인력을 축소한다거나
알짜 자산을 매각한다거나 하는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배당을 실시, 과도하게 배당해서 일부 수익실현을 하기도 하고
이런 게 결국 기업 장기 성장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게다가 국내 사모펀드들도 갈수록 전략을 다양화하고
인수하는 산업군, 대상기업도 넓히는 추세인데
최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사모펀드가 1대주주와 2대주주간 경영권 싸움에 뛰어들면서
돈놀이하는 게 맞냐는 우려도 많았어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서로 상호 비방전, 폭로전을 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그 사이에 고려아연 경쟁력은 약해지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승계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승계받은 다음 세대의 지분이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데에 사모펀드가 뛰어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계, 재계가 사모펀드의 존재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경영권을 위협할 존재로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감원이 기존의 금산분리 논의와는 다른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라는 관점에서
사모펀드의 역할, 책임을 좀 논의해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화두를 던진 거죠.
사모펀드에 대한 우려
지금 금산분리 얘기까지 나온 이유를 두가지 포인트로 보면
1)일반주주입장에서 주주가치 부분
2)재계와 경영계 입장에서 나오는 우려
주주가치 부문을 보면
사모펀드들이 M&A 시장에 나온 매물을 소화하는 주체가 되면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차별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지배주주에 비해 일반주주는 주요 정보에서 소외되고
지배주주의 지분을 팔 때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시장가보다 높게 파는 데에서 오는 주주가치 소외가 있었어요.
도덕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최근 하이브 사태에서도
방시혁 의장 측근들이 일종의 기획펀드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스톤PE 만들어 수천억 벌어서 챙긴 후 폐업한 사례도 있어
일종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사모펀드라는 툴을 활용해서 누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죠.
재계나 경영계 입장에서 보면
사모펀드의 참전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 지적합니다.
그동안은 모험자본을 대주는, M&A 매물을 소화해 주는 역할이었는데
그런데 이번 고려아연 사태도 그렇고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작고 후 승계과정에서
사모펀드 라데팡스가 개입하면서
형제와 모녀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고
이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자꾸 말이 나오고 문제있다는 지적이 나오니까
금감원으로서는 들여다봐야겠다, 논의를 좀 해봐야겠다 하는 것.
이 전에도 PEF가 기간산업 경영권 개입 시도는 좀 있었어
KCGI는 2018년에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을 사들려
2022년 반도건설과 함께 지분 34%를 확보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쟁탈전 벌였어
당시 산업은행이 조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표 대결에서 패배했거든요.
정말 금감원은 사모펀드를 규제할까
사실 그날 함 부원장의 멘트나 분위기로 봤을 때
당장 규제가 생길 분위기는 아니라는 느낌이에요
함 부원장의 그날 발언 중에
PEF는 자율과 창의에 기반해 시장원리에 따라 운용돼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했고요.
과거 금산분리, 은산분리를 도입할때
사실 오랜시간 논의를 하고 이해관계자들 간 협의, 타협의 과정을 거쳤으니
사모펀드 금산분리건도 어느정도 협의나 타협의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사실 금감원이 규제당국은 아니고 감독당국이잖아요.
규제 필요성이 있으면 금융위와 논의를 해야하고요.
꼭 직접적으로 규제를 해야하나?
기업가치나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데?
부작용이 있었고,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PEF만 규제하는 게 맞나?
이런 의견도 있기 때문에
당장 규제에 나서는 거에는 신중할 것 같습니다.
사모펀드 업계 입장은
사모펀드 금산분리를 한다면 사실 근거가 모호하고
사모펀드 제도를 흔드는 논의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금융위 홈페이지에 금융용어 설명에 보면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대한 정의가
경영권 참여,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지분증권 및 메자닌 증권 등에 투자 및 운용하는 사모집합투자기구
라고 돼 있어요.
이런 사모펀드 제도는 국내 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하자고 만든 건데
산업지배에 제한을 가한다면
그 취지 자체에 어긋나는 거긴 하죠.
미국만 봐도
S&P500 기업 중 400개 이상 기업들은
금융자본이 지배하고 있는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같은 곳들도
오너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릿, 피델리티 같은 운용사들이
1대 주주, 2대주주.. 이렇습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방향은?
고려아연 때문에 불거진 문제라
규제를 한다면 인수할 때 기간산업인 경우 해외 자본에 매각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붙인다거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이 거론되기는 했는데
사실상 쉽지 않을 거라고 보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차별을 없애는 방법 중에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꼽히는데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으로 지분을 매도할 때
소액주주도 같은 가격에 팔 수 있게 하자는 건데요.
우리나라 증시에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두 개의 가격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리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은 고려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단기간, 예를 들어 1년 내에 사모펀드가 엑시트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크게 부과하는 방안이 대표적이에요.
일반주주 입장과 재계 입장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좀 다른데
가장 중요한 건 주주가치를 높이되 지배주주건, 일반주주건 똑같이 과실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
그게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증시 밸류업을 할 수 있는 방법.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의 역할이 중요한 게 맞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