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 탄핵정국을 인해 요새 이슈가 좀 주춤하긴 한데
12월 초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하이브 이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사모펀드들로부터 상장차익 중 4000억 원을 받았다는 보도와
여기에 얽힌 사모펀드 중 일부는 이 IPO 과정에서 차익을 얻기 위한 기획펀드였다는 논란.
일단 내용을 좀 살펴보면요.
하이브가 2020년에 코스피에 상장했는데
그에 앞서 하이브에 투자했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주식 매각 차익의 일부를 하이브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에게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하이브가 상장하기 전인 2018년부터 2019년 11월까지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뉴메인에쿼티 등
사모펀드가 하이브 지분에 투자하면서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던 거죠.
스틱은 12.2% 보유하고 있었고,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는 11.4% 보유하고 있었어요.
계약 내용은 투자원금 대비 몇 배 이상의 이익이 났을 때
그 초과 수익의 일부를 방 의장에게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
그게 대략 30%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2020년 10월 하이브가 상장하면서 사모펀드는 큰돈 벌었어요.
스틱인베는 1039억 원 투자했는데 9611억 원 회수했고
다른 운용사들도 비슷한 수익률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차익의 일부를 방 의장에게 준 건데 그게 4000억 원가량 된다는 거예요.
물론 그냥 주지는 않았겠죠.
주주 간 계약을 할 때 사모펀드들이 향후 상장에 실패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상장 못해서 엑시트 할 방법이 막히면 그때 하이브에 다시 주식을 팔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죠.
그런데 방 의장이 회사에 그런 부담을 지울 수 없으니 개인적으로 풋옵션을 받아주겠다고 했고,
그 대신 상장에 성공해서 차익을 누리면 일부를 공유하자고 한 겁니다.
리스크를 짊어진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기브 앤 테이크를 하자고 제안한 거라고 볼 수 있죠.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2018년만 해도 BTS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전이었고
상장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종의 장치를 마련한 셈이라고 설명합니다.
상세한 계약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상장 예비심사 신청이나 증권신고서 제출할 때에도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는데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하네요.
사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대부분이긴 해요.
이런 식으로 사적 계약을 맺는 게 이례적이지는 않거든요.
흔히 있는 일이에요
언아웃(Earn-Out)이라고 해서
낮은 가격에 회사를 매각했지만
회사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계약 때 언아웃 조건을 넣어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주식매매거래가 종결된 후에 일정 기간 안에
회사가 정한 재무지표나 어떤 경영지표를 달성했을 때
사전에 합의한 금액만큼 매매대금을 추가로 받는 거죠.
사실 하이브 계약은 언아웃에 딱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지만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회수를 못할 리스크를 대주주가 어느 정도 방어해 주는 거고,
그 대신 회수했을 때 이익을 공유하는 거라서 기본 개념은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게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상장심사를 진행할 때 이 내용을 금감원이나 한국거래소에 알릴 의무는 없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에요.
보통 상장 전에 미리 알려야 하는 사항은
대주주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예를 들어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았거나
앞으로 대주주 지분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이에요.
이런 계약이 이례적인 건 아니지만
하이브의 이 딜 구조는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
하이브가 유상증자를 하고 이 신주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구조가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하이브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게 아니라
기존 PE들이 갖고 있던 지분을 다른 PE들이 사는 딜이었어요.
게다가 방 의장이 갖고 있는 구주 지분을 인수한 게 아니라
PE들끼리 하이브 지분을 거래하는데
왜 방 의장이 풋옵션 부담을 떠안는 대신 상장 시 차익을 공유하는 계약을 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이 쉽게 이해는 못하는 분위기이긴 해요.
사실 2018년~2019년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고
2020년에 상장을 했기 때문에
2018년엔 상장이 될지 확실치 않았다고는 하지만
2019년에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을 거고
상장은 방 의장이 밀어붙이면 가능했던 것이기에
상장 불발로 풋옵션을 행사하고 그걸 방 의장이 떠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아요.
사실상 리스크 제로인 딜이라는 거죠.
당시 IPO 시장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로 이어지는 대어들의 상장 퍼레이드였고
주식 한주라도 더 받으려고 증권사 여러 군데 청약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문제는 이 사모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하이브 상장 초반에 매물로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뒤늦게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는 점입니다.
하이브 공모가가 13만 5000원이었는데
시초가는 공모가 두 배에서 시작했어요.
상한가인 35만 1000원까지 올라 따상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개장 후 상승폭을 점차 줄이더니
낙폭 키워서 첫날 하락마감했고
이튿날도 20% 이상 급락했어요.
그래서 1주일 만에 15만 원대로 떨어집니다. 고점 대비 60% 하락한 거죠.
보호예수 걸리지 않은 물량이 쏟아져서 그런 건데
주주 간 계약을 맺은 PE들이 물량도 상당 부분 나왔다는 것.
하이브 증권신고서에는 5% 이상 주주는
방 의장 외에 넷마블, 스틱스페셜시추에이션(스틱인베) 메인스톤, 웰블링크였어요.
이번에 문제가 된 이스톤 PE와 뉴메인에쿼티는 바로 메인스톤 특별관계자였습니다.
당시 하이브 3대 주주인 스틱인베까지만 보호예수를 걸었고요.
스틱도 전체는 아니고 보유지분 중 70%에 대해서만 3개월 의무보유 확약을 했습니다.
보호예수 규정상 대상이 의무적으로 의무보유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스틱 이스톤 PE, 뉴메인에쿼티 이렇게 3곳 PEF 보유 지분이
총 23.6%인데 이 중 15.1%는 보호예수 대상이 아니었어요.
이중 상장 첫날부터 나흘간 4.99% 매도한 거죠.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PE 중에 2019년에 투자한 이스톤 PE는
알고 보니 방 의장 측근으로 구성된 사모펀드였어요.
이스톤 PE는 2019년 설립 때부터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세명 중 한 명이 김중동 전 SV인베스트먼트 상무였어요.
이 분은 하이브 증권신고서에는 하이브 CIO로 기재돼 있고요.
또 한분은 이승석 하이브 브랜드시너지본부 대표인데요
이분도 방 의장 최측근으로 분류됩니다.
나머지 한 명은 증권사 출신인 양준석 이스톤 PE 대표예요.
뉴메인에쿼티 대표는 은행에서 일했던 김창희 대표.
2019년 6월, 11월에 각각 펀드 조성해 하이브 구주 사들인 후
방 의장과 주주 간 계약 맺었어요.
그리고 그 이듬해 10월 상장했는데
1년 정도면 사실 상장 가능 여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때잖아요.
이들이 주식을 누구한테 샀냐면
알펜루트자산운용과 LB인베스트먼트, 하이브의 최유정 부사장입니다.
특히 두 운용사는 그때 하이브가 당분간 상장 계획이 없다고 해서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 이스톤 PE는 하이브 상장 이후에 지분을 모두 매각한 후 2021년에 폐업합니다.
그러니 하이브 상장 때 반짝 돈 벌기 위해 만들어진 기획펀드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거죠.
PEF 핵심 3인방은 운용성과보수로 2000억 원을 나눠가졌고
방 의장도 이 PEF로부터 2000억 원가량을 분배받았어요.
스틱으로부터 받은 차익까지 합하면 4000억 원가량인 거죠.
금감원은 기재 누락과 PEF의 지분 취득 과정 등 거래 전반에서 법률 위반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탄핵정국이라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이브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에요.
주주 간 계약 내용을 상장 주관사들에게 알렸고
거래 적법성, 사전 법률 검토를 진행했는데
주주간 사적계약이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 될 소지 없다고 판단해서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이런 사적계약이 알려지지 않은 채
이스톤 PE와 뉴메인 보유 물량이 보호예수 없이 대거 시장에 풀리면서
상장 초기 주가가 급락했고
이로 인해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있으니까
도의적으로 문제는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상장 초기에 이런 대규모 물량 출회에 따른 책임을 피하고
보호예수 의무를 피하기 위해
이런 주주 간 계약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어요.
상장 예정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상장 직후 최소 6개월 동안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없는데요.
그러나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된 PEF 등이 최대주주와 계약을 맺고
지분을 매각한 다음 그 돈을 최대주주에게 줬다면
사실상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한 것과 같거든요.
결국 의무보유확약의 우회로로 활용한 거죠.
이런 논란이 또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입니다.
결국은 공모주 못 잡아서 상장 첫날 주식 투자한 개인투자자이 손해를 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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