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의결권 지분 3%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임시주총 소집 청구 가능합니다. 고려아연 측 대항 공개매수가 끝나자마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고 당연히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를 승인해 줄 리 없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를 소집하긴 했지만, 그건 임시 주총 소집이 아니라 유상증자를 결의하기 위해서였어요. 예상 밖 결단이라 시장도, 주주들도 놀랬을 텐데요.
그래서 MBK측은 결국은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해 달라고 11월 1일법원에 신청을 했습니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테니 임시 주총을 바로 열지는 못하겠죠.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 고려아연 측 인물이 12명이고 영풍 측 인물은 장형진 고문(기타비상무이사) 한 명이에요.
MBK 측은 신규 이사로 추천할 14명 명단 공개했어요. 기타비상무이사 2인 후보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지난달 고려아연 공개매수 개시 후 기자간담회를 열었을 때 나란히 앉아서 공개매수 필요성을 설명했었죠.
MBK가 사외이사 12인 후보를 공개하면서 한 설명이 소재산업은 물론 법조, 금융, 기업 경영과 거버넌스, 안전관리 분야까지 국내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했다는 겁니다.
일단 변호사가 4명으로 법조인이 좀 눈에 많이 띄었고요. 그 중에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도 포함돼 있어요.
금융쪽, 기업 경영 쪽에선 윤석헌 전 금감원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용진 서강대 교수(금융위 비상임위원도 역임), 소재산업 전문가로는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이 있고 안전관리 분야 전문가로 홍익태 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장을 추천했어요. 아무래도 고려아연은 과거에 황산가스 누출 사고도 있었고 중대재해 가능성이 있으니 안전 쪽에도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겠죠.
이렇게 신규 이사를 대거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회 이사 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으니 이렇게 대거 14명이나 추천해도 되는 거죠.
영풍과 MBK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감독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집행임원제를 꺼내 들었어요.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건데 이걸 이사회가 결의했다는 거는 배임이라로 고소하기도 했으니 이사회는 거수기라고 본 거죠. 경영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집행하고 감독하는 권한까지 모두 이사회에 집중돼 있어서 결국 이 사달이 났다는 건데요.
집행임원제를 택하면 집행임원이 실질적인 경영업무 담당하고 이사회는 감독기구 역할을 맡되 의사결정에는 개입 안 해요.
이 제도는 2011년에 도입됐어요. 기존의 이사회 구조상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과 대표이사에 대한 업무감독을 모두 담당해 자기 감독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만들어진 거예요.
대규모 회사의 경우 이사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해야 하는데 이런 이사회는 감독형 이사회의 기능에 집중하도록 하고, 집행임원을 선임해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 및 그 집행을 담당하도록 하는 식입니다. 고려아연에 집행임원제 도입하면 최윤범 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으로만 남고 경영에서는 손을 떼야해요. 최 회장은 올해 3월 대표이사직에선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만 맡고 있었지만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어요.
영풍과 MBK로서는 이사회에 신규 이사를 대거 진입시킨다고 해도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의장인 데다 임기도 2026년 3월까지라
계속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고, 완벽하게 이사회를 장악하는 게 불가능하겠다 싶으니 이사회의 역할을 감독으로 한정해서 최 회장의 영향력이나 역할도 제한하겠다는 의도인 거죠.
다만 집행임원제 도입하려면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요, 정관변경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이에요. 출석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지분구조로는 거의 불가능하죠. 영풍쪽과 최 회장 측이 다 참석한다면 90% 가량 참석하는 건데 이 중에서 60%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니, 최 회장측이 반대표를 던지면 60% 채우기 쉽지 않아요.
올해 3월 주총에서도 영풍과 고려아연 최 회장측이 정관 일부 변경안 놓고 의결권 대결 벌인 적 있었는데 고려아연 측은 당시 정관의 기존주주 외 신주 배정 배정 대상자로 '경영상 필요로 하는 외국의 합작법인'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했어요.
당시 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출석주주의 53%만 찬성해 의결되지 못했어요. 영풍 등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32%를 넘어 특별결의 요건 달성에 실패한 거죠.
상법상 집행임원제를 도입한 곳들 중 주로 재무적 투자자(PEF)가 투자한 회사예요. 남양유업이 대표적.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후에 홍원식 전 회장 체제에서 지배구조가 훼손됐다고 판단하고 대표이사제 폐지한 후에 집행임원제도 도입했어요.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쌍용씨앤이, 한온시스템, 케이카 등도 집행임원제 도입했고요.
이밖에도 한샘, 케이카, 휴젤, KC그린홀딩스, 뷰노, 아이티센, 리메드, 쌍용정보통신, 윌비스, 방림, 굿센, 엠벤처투자, 콤텍시스템 등 사모펀드들이 인수한 곳들이 많이 도입했습니다.
대규모 상장사 중에 사실상 집행임원제를 도입한 곳들이 있는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CEO)를 분리하고 사외이사 또는 기타비상무이사로 하여금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해서 감독형 이사회의 형태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예요. 삼성전자(사외이사), SK이노베이션(사외이사), LG전자(기타비상무이사), 포스코홀딩스(사외이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추세인만큼 집행임원제도 점차 확대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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