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까지 끝났어요. 고려아연 지분의 20%를 목표로 했고 그중 17.5%는 고려아연이 사서 소각하고 2.5%는 배인캐피탈이 매수하기로 했는데 공개매수에 얼마나 응했는지는 아직 밝히진 않았습니다. 공개매수가가 89만 원이었고 주가가 88만 9000원이었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한 물량은 꽤 되지 않을까 싶어요. 경영권 분쟁이 끝나면 주가가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89만 원에 팔 수 있으면 땡큐죠. 배당소득세를 내긴 해야 하지만요.
이제 영풍-MBK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측 공개매수가 다 끝났고 지분율도 대충 나올 텐데 최 회장 측 지분율이 2% 포인트 내외 수준에서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활용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2.4% 정도에요. 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요. 하지만 의결권을 살리기 위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다른 주체에게 팔면 되죠. 우호세력한테 팔고 우리 편 좀 들어주라 하는 거죠.
다만 제한이 있긴 합니다.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는 신탁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6개월간 처분할 수 없거든요. 그럼 언제까지 묶여있어야 하는지 한번 볼까요.
5월 8일 1500억원 규모의 자기 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1.4%를 취득했고,
8월 7일에는 4000억원의 자기 주식취득 신탁계약을 맺고 1% 매입했네요.
매입하다가 영풍과 MBK가 기습 공개매수에 나서자 자사주 매입 중단하고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죠.
그렇다면 6개월 후인 11월8일 이후 1.4%를 처분할 수 있고 내년 2월 7일 이후에 1%를 처분할 수 있는데 여기서 또 걸림돌이 하나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신탁 계약을 연속으로 체결하면 마지막 계약일로부터 6개월간 자사주 처분이 불가능하다는 금융감독원의 유권해석이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2.4% 자사주 지분 모두 내년 2월7일 이후에나 넘길 수 있다는 얘기인 거죠. 영풍과 MBK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본격 시도할 텐데 2.4%의 지분은 내년에나 처분 가능하다면 임시 주총은 커녕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어요. 정기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는 올해 12월 31일 기준으로 확정이 되거든요. 그 이후에 취득한 주주는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요.
또 한 가지 방법은 6개월이 지나지 않았어도△임직원에 대한 상여금으로 자기 주식을 교부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경우 등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예외적으로 처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임직원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회사가 돈을 빌려주기도 하거든요. 경영진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종업원의 자사주 매입에 회사 자금을 지원하면 배임이 될 수 있거든요.
MBK가 이걸 그냥 넘어갈까요. 문제 삼으면서 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죠.
국민연금이 7.83%를 보유하고 있지만, 공개매수에 어느 정도 응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시장에서는 아마도 3~4% 정도 남기고 처분하지 않았을까 보고 있는데요.
양측 의결권 차이가 2% 포인트 안팎이 될 것 같으니 국민연금 표심이 엄청 중요합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셈인 거죠.
워낙 민감한 사안이니 주총 날짜가 잡히면 아마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얼마 전 국감에 출석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발언을 보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기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생각해 보겠다"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인 M&A를 통한 기업구조,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아니라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감에서 국회의원들 질의나 발언 분위기는 이 경영권 싸움을 적대적 M&A로 규정짓고 있는데 MBK는 원래 영풍이 최대주주였기 때문에 적대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이렇게 보고 있다면 국민연금으로서는 적대적이 아니라고 단정 짓기가 좀 부담스러울 수 있죠.
사실 고려아연은 동업자 가문 중 최대주주인 영풍 장 씨 일가가 아닌 2대 주주인 최 씨 일가가 경영하는 특이한 구조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건데요.
국민연금이 이번 M&A건을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따라, 그리고 어느 쪽이 경영하는 게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냐고 판단하는가에 따라 의결권 방향이 결정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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