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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과 TSMC, 양극을 달리는 반도체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10. 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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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ASML의 어닝 쇼크

반도체 제조업은 대규모 생산시설, 그리고 고가의 첨단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자본지출이 많은 산업인데 이 첨단장비를 만드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네덜란드의 ASML이에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드는데 문제는 ASML만 만든다는 것.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졌을 때 ASML로부터 이 장비를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었어요. 

반도체 관련주에 투자한다고 하면 삼성전자, TSMC, ASML에 투자하라고 할 정도로 반도체 업황 호황을 직접적으로 누린 기업이에요. 

3분기 매출을 보니 74억7000만유로로 전년동기대비 11.9% 늘었고 순이익은 20억 7700만 유로로 전년비 111% 증가했어요. 3분기 실적 어쨌든 늘었으니 선방한 건데 문제는 실적 가이던스예요. 

ASML은 내년 매출 예상치로 300억~350억 유로를 제시했는데 이게 시장 전망치였던 361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인 거죠. 

실제로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는 3분기 장비 예약 액수를 보면 크게 줄었어요. 3분기에 26억유로로, 전분기대비 53%가량 줄었어요. 시장 전망치의 절반 수준입니다. 

 

ASML의 실적전망에 먹구름이 낀 이유

반도체 업황이 한동안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니 제조업체들이 장비 구매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요. 이런 수요부족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ASML은 보고 있습니다. 

물론 AI, 에너지 전환 등의 호재가 있지만 자동차와 PC, 모바일 시장 수요 회복이 더디다는 거죠. 

코로나19 시기에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ASML 장비를 미리 사서 쟁여둔 영향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요. 반도체 제조업체들 공장 가동률이 현재 80% 정도 되니까 장비를 더 구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기존에 주문했던 것도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ASML도 일부 주문이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됐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시장 영향도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 때문에 ASML도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미국이 작년에 반도체 지원법 만들면서 지원금 받으려면 중국 첨단 반도체 투자나 우려국과 기술 라이선스 공유, 공동연구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어요. 

그래서 ASML은 중국에 최첨단 EUV 장비를 판매하지못하고 있는 거죠. 중국 기업은 EUV보다 한 단계 낮은 DUV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요.

올해 1~3분기 ASML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7~49%인데 작년 29%에서 많이 늘었어요. 왜 늘었을까요. 이미 중국에 수출한 DUV 장비 유지보수도 못 하도록 막을 것이란 뉴스가 나오면서 중국이 미리 주문을 늘렸기 때문인데요. 내년에는 다시 중국 매출 비중이 2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SMC의 어닝 서프라이즈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3분기 매출 7597억대만달러를 기록해 전분기대비 13%, 전년동기대비 36% 성장세를 보였어요. 영업이익은 3608 대만달러로 전분기대비 26%, 전년동기대비 58% 늘었고요.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 

아이폰 16 나오면서 3 나노, 5 나노 공정 기반의 스마트폰과 AI 수요 강세의 덕을 톡톡이 본 건데요. 2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62.3%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갈수록 벌리네요. 

4분기 가이던스도 서프라이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수치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AI 수익성 피크아웃 우려에 대해 "This AI demand is real"이라고 답했는데요. 올해 하반기에도 AI 관련 수요는 강하고 3 나노, 5 나노 선단 공정 가동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답한 거죠. 

반도체 업계도 AI와 범용D램간 양극화가 뚜렷한 모습입니다. 

 

다음 실적발표 주자는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AI 열풍에 제대로 올라 탄 곳이죠. 삼성전자가 고대역메모리(HBM)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치고 나갔어요. 

SK하이닉스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한데 이어 HBM3E 12단도 양산에 돌입했고요. 4분기부터 HBM3E 12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엔비디아에 HBM 납품하는 1차 공급사 SK하이닉스, 2차 공급사 마이크론, 3차 공급사가 삼성전자에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였는데 SK하이닉스 실적은 어떨까요.  대략 3분기 매출액은 18조원, 영업이익은 6조 7000억 원대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한 이후 분기마다 영업이익 규모를 키우고 있고 3분기에 분기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깰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HBM 매출 비중이 지난 2분기 20%에서 3분기 30%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요. 다만 DDR4 D램과 128Gb 낸드 등 레거시 메모리 수요가 약해서 이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와 TSMC의 동행에 균열 조짐

“엔비디아가 TSMC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조짐이 있다"
IT 전문매체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엔비디아와 TSMC간 AI 동맹에 금이 가나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TSMC는 1995년부터 30년 가까이 협력해왔어요. 엔비디아는 그간 칩 제조를 TSMC에 맡겨왔거든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대만계 미국인이니 더더욱 TSMC에 쏠릴 수밖에요.  

엔비디아가 새로운 AI 가속기인 블랙웰을 공개한 후 고전압 환경 테스트에서 실패했다는 겁니다. 

8월에 블랙웰 생산 지연설이 불거졌을때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아니라고 부인했는데요. 블랙웰 설계를 변경했지만 기능적 변화는 필요하지 않았고, 수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고 밝혔었습니다. 

그런데 블랙웰 위탁생산하는 TSMC는 엔비디아가 블랙웰 결함을 인지했는데도 생산을 서둘렀다는 입장이었고요. 엔비디아는 블랙웰 생산이 늦어지는 이유로 TSMC의 새로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꼽았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점유율 늘릴 기회?


엔비디아와 TSMC간 협력관계에 틈이 생기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TSMC에 비해 20~30% 할인받기를 원하고 있다는데, 삼성전자가 그 가격 요건을 수용하면서 점유율을 늘려간다면요. 

정부도 반도체 지원을 위해 내년에 8조 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절반은 저금리에 대출해 준다는 거고, 직접적인 보조금은 제로입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 대표를 지냈고 정통부 장관을 역임했던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 깊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 두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보조금보다도 그냥 두는 것. 

 

“가만히 놔두면 된다. 정부가 도와줄 것도 없다. 분기에 9조원 이익을 냈으면 많이 번 것이다. 위기가 있는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니 시가총액이 300조~400조 원에 그치는 것이다. 미국 기업이었다면 벌써 시총 두 배 이상은 됐을 것이다.”

“삼성이 돈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보조금 줄 필요는 없고, 세제 혜택 정도면 충분하다. 미국은 반도체산업이 없으니 보조금을 푸는 것이다. 차라리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해 공대생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은 인재들이 의대로 가거나 공대로 오더라도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기업으로 향한다.”

 

 

그에 더해 그간 삼성그룹 저격수로 불렸던 박용진 의원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는 뉴스가 묘하게 오버랩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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