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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도 실패하고 삼수로 가는 케이뱅크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10. 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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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사옥


케이뱅크 상장 철회 

결국 철회했네요. 21일부터 일반투자자들 대상으로 공모청약 돌입하기 위해 16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공모가를 정할 예정이었는데, 수요예측에서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자 일단 철회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공모 규모는 8200만주, 주당 공모가 희망범위로는 9500원에서 1만 2000원을 제시했는데 상단 기준으로 보면 시가총액 최대 5조 원 수준이었어요.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가 결국 상장을 포기했네요. LG엔솔은 당시 공모가 최상단이 30만 원이었고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시가총액 70조 2000억 원이었으니 넘사벽이긴 한데, 그 사이에 그만한 대어가 없었다는 얘기기도 하고요. LG엔솔 당시에는 청약 경쟁 눈물 날 정도였죠. 경쟁률이 2023대 1을 기록해서 신기록을 세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케이뱅크 막상 수요예측을 해보니 기대에 못 미쳤는지 상장을 연기하고 내년 초 다시 상장작업을 전행한다고 합니다. 

증권신고서 정정한 거에 보면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하여 금번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라고 설명했네요. 

출범 7년차, 재수했는데 결국 삼수 가나

2017년 4월에 국내 인터넷은행 1호로 출범했어요. 케이뱅크보다 늦게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사이에 다소 정체돼 있던 케이뱅크는 2020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손 잡으면서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2021년에 연간 기준으로 처음 흑자전환했고요. 올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 고객은 1204만 명, 상반기 말 수신 잔액은 22조 원, 여신 잔액은 16조 원 수준입니다. 

2022년에도 상장을 한번 추진했었다가 연기하고 이후 두번째 도전이었는데 이번에도 실패. 내년에 다시 추진한다고 하니 삼수가 되는 상황. 내년에는 공모주 시장이 괜찮을지, 또 케이뱅크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더 좋아질지는 봐야 할 텐데 지금은 원하는 기업가치가 안 나오니 시간을 더 벌어보자 판단한 듯합니다. 

사실 케이뱅크 전망은 나쁘지 않았어요. 물론 자본도 다른 은행들 대비 상대적으로 적고 대주주 적격심사나 가상자산 의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보여왔거든요. 

이 상태에서 IPO 자금이 유입되면 앞으로 2~3년 대출 잔액 여력이 확대되니 더 성장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있었죠. 

공모가 산정 대상


IPO 과정에서 비교대상으로 일본과 미국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를 꼽았어요. 1차에서 글로벌 100대 디지털은행을 추렸는데 TAB 인사이츠가 발표한 순위에 보면 카카오뱅크는 4위, 케이뱅크는 10위, 토스뱅크는 13위에 랭크돼 있네요. 

이 중에서 재무적으로 유사한 곳들을 2차로 추립니다. 최근 3개년 영업수익 연평균 성장률 10% 이상이면서 최근 사업연도 영업수익 성장률 20% 이상, 자본총계 7억 달러 이상, 업무용 고정자산 비율 5% 미만, 자기 자본이익률 5% 이상 등의 기준으로 선정한 곳이 24곳. 

여기서 은행업 라이선스 보유하고 있으면서 자체 운영 영업지점이 없는 곳, 이자수익 중심의 디지털 뱅킹사업이나 서비스형 뱅킹(BaaS)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 유사성을 갖고 있는 곳을 다시 추립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4곳이 카카오뱅크, SBI 스미신 넷 뱅크, 뱅코프, Nu 홀딩스 

이 중에서 또 상장 후 1년 지난 곳, 최근 6개월 내 인수, 합병, 분할, 최대주주 변경이 없었던 곳, 비정상적인 머티플이 아닌 곳을 기준으로 고르니 최종 3곳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카카오뱅크, SBI 스미신 넷 뱅크, 뱅코프. 

 


고평가 논란

사실 수요예측 전부터 케이뱅크의 공모가 범위가 너무 높다는 평가들이 있었어요. 일단 공모가 산정을 위한 피어그룹에 있는 카카오뱅크와만 비교해 봐도 그런데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간 몸집 차이가 상당히 나긴 합니다. 

 

올해 상반기 케이뱅크 당기순이익은 854억원, 자본총계는 1조 9556억 원인데 카카오뱅크는 당기순이익 2314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많고 자본총계는 6조 2895억 원으로 역시 3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월간활성이용자수도 보면 케이뱅크는 약 400만 명, 카카오뱅크는 1800만 명으로 체급 차이가 커요.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케이뱅크 공모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을 보면 자산과 당기순이익이 훨씬 높은 카카오뱅크에 비해 높게 책정됐으니 비싸다고 느낄만 하겠죠.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 후 주가가 고점 대비 70% 이상 빠졌잖아요. 인터넷뱅크에 대한 투자심리가 그만큼 안 좋은 상황이기도 하고요. 

 

비교대상 그룹을 보면 카카오뱅크 주가순자산비율은 1.62배인데요. 케이뱅크 공모가 밴드 기준 PBR은 1.69~2.04배 수준입니다. 카카오뱅크보다 높은 수준인 거죠. 

 



높은 업비트 의존도 


업비트와 손 잡은게 케이뱅크의 성장 동력이 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면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어요. 업비트가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잖아요. 2분기 기준 케이뱅크 고객 수 중 업비트 사용자 비중이 약 45%에 달합니다. 그래서 업비트 고객 예치금 비중이 예금수신의 20.7% 수준이고요. 

이전에는 업비트 예치금에 0.1%의 이자를 지급했는데요. 올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때문에 7월부터는 2.1%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자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만일 업비트가 제휴은행을 변경한다면? 그것도 리스크가 될 수 있어요.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위인 빗썸이 제휴 은행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거든요. 

오버행에 대한 우려 


공모에서 구주매출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도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은 요인으로 꼽혀요. 구주매출이라면 기존 주주들이 이번에 상장할 때 본인들이 갖고 있던 주식을 공모청약에 포함해서 판다는 의미인데요. 구주매출에 포함하지 않는다면 보호예수가 걸리기 때문에 3개월, 6개월 이런 식으로 상장 후 의무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기간이 생기는데 구주매출로 공모주 청약자들에게 가면 상장 첫날 동시호가 때 내던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음 표는 케이뱅크 의무보유확약 현황입니다. 케이뱅크의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의 37.32%에 달하니, 오버행 우려가 나오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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