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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다음 싸움은 이사회 장악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10. 1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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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그다음 단계는


영풍과 MBK측이 38% 정도 확보했으니 이제 이사회 장악에 나설 텐데요.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임시 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이사회 자리 절반 이상을 MBK 측 이사로 확보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인 거죠. 

지금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이에요. 사외이사가 7명이고 사내이사가 3명, 기타비상무이사가 3명입니다.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의장이고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고 있어요

반기보고서 이사회 의결사항 보면 모든 안건에 이사들이 다 찬성을 했더라고요. 장형진 고문만 반대하거나 기권한 경우가 있고 나머지 분들은 거수기 느낌이에요. 

핵심은 고려아연은 정관에 이사 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한이 있으면 기존 이사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자기쪽 이사를 앉혀야 하는데 제한이 없으니 MBK 측이 신규 이사를 추가로 12명 이상 선임하면 기존 장형진 영풍 고문까지 13명이니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인 거예요. 

 

신규 이사 선임은 크게 문제가 없을까

 

기존 이사를 해임하는 건 특별 결의사안이에요. 훨씬 까다로워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주주가 참석하고,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거든요. 

그러나 신규 이사선임은 주총 보통결의 사항입니다.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주주 참석하고,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면 되거든요. 

MBK와 영풍측이 이미 발행주식의 4분의 1 이상은 보유하고 있고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면 지분율은 올라갈 테니, 출석 주주의 과반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그러니 신규 이사선임은 문제없을 것이란 판단. 

게다가 지금은 최 회장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이 최 회장 측에 손들어줄지는 모르는 거라 MBK가 기존 이사를 해임하지 않고 그냥 신규 이사를 12명 이상 선임하는 방법으로 간다면 이사회 장악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민연금이 관건이긴 한데요, 9월 기준으로 7% 넘게 들고 있었으니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죠. 그런데 공개매수에 국민연금도 응하지 않았을까요. 지분변동 공시가 어떻게 나올지 좀 지켜봐야겠네요. 지분을 상당 부분 들고 있다고 해도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게 부담일 수 있어서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투자목적 자체가 '단순투자'이기도 합니다. 

 

임시주총 이사회 결의가 관건

 

문제는 정기 주총까지 기다리지 않고 임시 주총을 열기 위해서는 현 이사회가 결의를 해야해요. 최윤범 회장 측 인물이 절대다수인 이사회가 임시주총 결의를 해줄 리가 없죠.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은 MBK의 공개매수를 반대한다고 성명서까지 냈던 사람들이거든요. 

이렇게 되면 MBK측이 주총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해야 하는데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거고 최윤범 회장이 과연 이대로 물러날까요. 최윤범 회장은 이사회 멤버면서 이사회 의장이기도 합니다. 올해 초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해서 임기가 2026년 3월까지 연장됐어요. 그리고 최 씨 일가가 계속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MBK가 온전히 경영권을 가져오기가 순탄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경영권 싸움이 장기전으로 흐를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이사회 장악해도 그 이후 경영이 쉬울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회장 측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로 한 만큼 미래사업 투자여력이 마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5~6%대에 차입한 자금에 대한 이자부담, 그로 인해 부채비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번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쌓아둔 자기자금이 7465억 원이고 이 중에 5700억 원을 이번 공개매수 자금으로 쓰겠다고 했는데 공개매수에 어느 정도 응하는가에 따라 소진 자금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면 투자재원으로 쓸 수 있었던 자금인데 못 쓰는 거죠. 

고려아연이 신사업으로 추진해온 건 3가지예요. 2차 전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사업. 그래서 이걸 묶어서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불렀고, 이번에 베인캐피털과 함께 자사주 매입을 위해 설립한 SPC의 이름도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지었어요. 

MBK는 여론전할때 이 신사업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요. 그래서 이 사업들이 좌초되거나 없던 일로 되진 않을 텐데 모두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들이잖아요. 

사실 이 투자금 충당 위해 유상증자 하고, 그 과정에서 영풍과 갈등을 빚었던 건데, 자사주 매입에 그나마 있는 돈도 소진해서 어떤 재원으로 신사업 나설지도 고민스러울 것 같습니다. 

 

MBK의 과제는


MBK는 공개매수를 마감하고 난 후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고 "자본시장의 지지 덕분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노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 실질적인 첫 번째 걸음"이라고 했어요. 

자본시장이 MBK를 지지해서 공개매수에 응했다기 보다는 어느 쪽에 넣어야 유리할지를 따져서 넣었을 거고 철저히 수익, 그리고 리스크 관리를 염두하고 응했을 겁니다. 

MBK로서는 경영권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워낙 정계, 재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터라 실질적으로 고려아연이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만큼 부담도 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해서 기업가치를 얼마나 올릴지 테스트베드 올려지는 상황일텐데요. 구조조정이나 고용불안 등의 잡음이 흘러나와도 안 될 거고요. 

또 한가지는 사모펀드가 자금력을 앞세워 경영권 분쟁에 끼어드는 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사모펀드 역사를 보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태동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어요. 지금 조 단위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도 30곳이 훌쩍 넘는데 아직 사모펀드에 대한 이미지가 벌처펀드, 기업사냥꾼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요.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박힐까 사모펀드 업계는 걱정하는 듯 한데, MBK가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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