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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전자 오가는 삼성전자, 돌파구 있을까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10. 1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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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전자 가나 했는데 어느새 5만, 6만전자

 

삼성전자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로 내려앉았어요. 14일 다시 6만전자로 올라서긴 했지만, 외국인이 주구장창 팔고 있는데 동학개미운동 시절에 삼성전자 매수한 사람들도 아마 손실 구간에 들어갔을 겁니다. 

 

지금 반도체 업황이 너무 안 좋다, 혹은 반도체 관련주가 모두 하락세다, 혹은 국내 증시 수급이나 투자심리가 너무 얼어붙었다 이런 상황이라기보다 지금은 삼성전자만 다른 세계에 있는 상황 같네요.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은 맞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올라도 삼성전자는 떨어지고, 경쟁사들과도 너무 뚜렷하게 대조되는 게 대만 TSMC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었거든요.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6% 급증했는데 AI 열풍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은 거죠. SK하이닉스도 요새 주가 탄력 받아서 1818만 원 돌파했는데 삼성전자만 홀로 한겨울이에요. 이러다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대장주 되겠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불을 지핀 건 3분기 실적입니다.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 원, 9조 1000억 원인데 시장 예상치가 80조 8700억 원, 10조 300억 원 정도였으니 이를 밑돈 거죠.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12% 감소한 수치고요. 물론 3조 원에 달하는 특별상여금 충당금,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게 컸지만, 이를 감안하고 봐도 감안하고도 예상보다 너무 부진했다는 평가예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파운드리에서 대규모 적자가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삼성이 파운드리에서만 수조 원대 적자 낼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스마트폰과 PC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 주력인 범용 D램 수요는 부진하고, 호황인 HBM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 못한 상황이니 앞뒤가 꽉 막힌 꼴이랄까요. 비메모리부문에 적극 투자해서 글로벌 1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파운드리 부문 전 세계 매출 점유율은 작년 기준 TSMC가 59%, 삼성이 10%로 2019년만 해도 차이가 30% 포인트 수준이었는데 더 벌어졌어요. 

 

그러니 3분기 실적 발표 후에 증권사들 일제히 목표주가 하향조정했고요. 대부분 10만원대, 아니면 9만원대였는데, 지금 8만 원대로 낮췄고, 맥쿼리 이달 초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반토막을 냈네요. 삼성전자를 허약한 반도체 거인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 업황에 따라, 히트작 여부에 따라 숫자는 왔다갔다 할 수 있는건데 이번 3분기 실적에서는 숫자가 주는 충격보다도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초격차'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었는데 이제는 추격자가 된 상황이에요. 그래도 품질에 있어서, 기술력에 있어서는 퍼스트 무버였는데 삼성전자 내에서도 기술에 대한 치열함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 이게 더 무서운 거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고요. 

 

최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했던 선언. 그룹 경영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고 했던 그 신경영 선언이 더 회자되고 있어. 그게 사실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런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삼성전자에 애니콜 화형식 같은 충격요법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도 나와. 애니콜 불량률이 11% 넘게 치솟자 1995년 시중에 판매된 애니콜 15만대를 전량 회수해 산산조각 내고 태워버렸던 사건. 이게 갤럭시 신화의 밑바탕이 됐었는데 그런 충격파가 필요해 보입니다. 

 

출처=네이버 증권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 통과하면 고생 끝?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에 대해 엔비디아 승인이 이뤄지냐 중요한 상황입니다. 9월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10월로 연기된 상태죠. 지금은 통과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통과가 된다고 해도 이게 삼성전자가 부활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된다기보다는 더 악화되는 걸 막아주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SK하이닉스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한데 이어 HBM3E 12단도 양산에 돌입했는데 삼성전자는 아직 8단도 테스트 중이니 한참 뒤떨어져 있는 상태고요. 

 

만일 통과한다고 해도 엔비디아에 HBM 납품하는 1차 공급사는 sk하이닉스예요, 그리고 2차 공급사는 마이크론이고요. 3차 공급사가 삼성전자인데 테스트 통과해도 SK하이닉스만큼 대량 납품이 가능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에요. 

 

최근에 반도체 업종에 대해 겨울이 곧 닥친다는 보고서로 비관론을 제시했던 모간스탠리가 어제 반도체 투자의견 하향 관련 질의응답 보고서를 냈는데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통과하면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 할 것으로 내다봤어요. HBM 납품 가격에 경쟁이 붙으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인 거죠. 

 

만일 퀄 테스트를 통과 못하면 범용 D램 생산을 점진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는데, 범용 D램 공급이 늘어 D램 가격 꺾일 수 있죠. 

 

이래저래 삼성전자의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그래서 나오는 거예요. 

 

또 불거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설 

 

처음 도는 건 아니에요.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설이 때 되면 도는데, 2019년에도 한차례 돌았었어요. 이렇게 분사설이 도는 건, 분사를 해야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수주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에요.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 기업입니다. 반도체 설계사업도 하기 때문에 퀄컴, 인텔, 엔비디아가 고객이면서 한편으로는 경쟁사기도 한 거죠. 설계해서 위탁생산 맡기면 삼성전자가 그걸 다 볼텐데, 기술 유출되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가 당연히 있는 거죠. 그럴 바엔 파운드리만 하는 TSMC에 발주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는 거고, 점점 그런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어요.  

 

TSMC는 "우리는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위탁생산에만 올인하고 있어요. 그러니 TSMC에 비해 수주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고 그게 시장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종합반도체기업인 인텔이 최근 파운드리 사업 분사하기롤 결정한 것 역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분사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요. 인텔마저도 적자사업인 파운드리를 떼어내기로 했으니 이젠 삼성전자 차례라는 거죠. 

 

그간 분사설에 대해 삼성전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최근 이 회장이 직접 아니라고 밝혔죠. 이재용 회장이 이에 대해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사업을 분사하는 데는 관심 없다. 우리는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갈망하고 있다는 표현을 hungry라는 단어를 썼던데 정말 밑바닥까지 떨어져서 배고프다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삼성은 사실 2017년 파운드리를 독자 사업부로 출범시킨 뒤 비메모리분야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투자를 집중해 왔어요. 2019년에는 2030년까지 133조 원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수율문제, 수주부진 겪으면서 1위인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만일 분사를 하면?

파운드리 생산설비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에요. 그런데 분사하면 이런 자금조달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어요. 지금은 메모리로 돈 벌어서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구조거든요. 파운드리 생산라인 1개를 짓는데 20조 원가량이 드는데 분사 후 상장하더라도 이런 투자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높아요. 

 

메모리와 파운드리가 생산라인을 공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별도 법인이면 이 라인을 어떻게 분리하고 돌릴 건지 문제 복잡해지는 거죠. 어느 법인 소유로 할 것이냐, 그럼 임대료를 받아야 하냐, 풀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일괄 제공하는 턴키 솔루션 전략을 강점으로 내세웠었는데 파운드리 분사하면 이런 경쟁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요. 물론 이 턴키 전략이 효과가 컸던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삼성전자가 내세운 강점이 사라지는 거니까 신중할 수밖에요. 

 

앞으로 삼성전자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분사 이후 동향을 당분간은 지켜보지 않을까 싶네요. 

 

반도체만 문제인 건 아닌데 사과문까지

 

반도체 담당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어요. 9일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객, 투자자, 임직원에게 사과문 보내 반도체 부문의 대대적인 쇄신과 혁신 예고한 겁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발표와 관련해서 이렇게 별도로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전 부회장의 메시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 치열한 토론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힌 부분인 듯해요. 토론, 소통. 이런 거에 방점을 찍은 건데요. 사실 그간 삼성전자 내에서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거나 조직 간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위기론이 나오기도 했었어요. 

 

사실 삼성전자 임직원의 연령대도 높아지면서 고령화 현상 겪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지 싶어요. 2010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20대 직원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27%까지 줄었고 대신 40대 직원 비중이 30.4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쇄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이 430명이 넘는데 전체 임원의 38% 수준입니다. SK하이닉스 보다 두 배 이상 많아요. 2017, 2018년 반도체 호황기 때 임원을 대거 발탁한 데다 시스템 반도체 키우면서 파운드리와 팹리스 임원을 영입한 영향이에요. 그래서 임원 줄이고 사장단 인사도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글로벌 전략회의 여는데 12월 글로벌 전략회의를 앞두고 11~12월 중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인사 단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반도체 부문에 대한 경영진단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영진단은 일종의 감사인 건데, 누가 뭘 잘못해서 이런 상황이 됐냐를 진단하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사업전략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그래서 앞으로 뭘 해야하는지까지 보는 것. 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2020년대 들어 3차례 정도 경영진단 있었는데요. 2021, 2022년에는 휴대폰 사업, 2022년에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경영진단이었어요. 각각 휴대폰 성능 저하 이슈가 있었을 때,파운드리 점유율이 하락하던 시기예요. 경영진단을 하긴 했는데 이를 통해 뭐가 크게 바뀌었거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전 부회장 사과문에서 또 눈에 띄는 부분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습니다"인데요. 그간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내세웠는데 그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게 가진 걸 지키는데 안주하지 않았나 싶네요. HBM에 대응하지 못한 것도 결국 이런 스탠스의 결과인 거였고요.. 

 

세계 최고 직장 1위에서도 밀려

 

올해 삼성전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직장' 1위 자리에 밀려났어요.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1), 알파벳(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1위에 올랐으나, 올해 최고 자리를 내준 거죠. 

 

전반적으로 삼성전자 내 직원들 사기도 좀 많이 떨어진 듯합니다. 이게 제일 우려스러운 건데 일류 기업이고, 누구나 가서 일하고 싶은 회사여야 인재가 몰리는 거잖아요. 삼성전자 내에서도 과거에 쳐다보지도 않던 기업으로 이직을 고민하거나 외국계 동종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직원들도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한편으로는 삼성전자의 역사는 위기 극복의 역사였으니,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총수의 리더십도 필요

 

삼성은 기술리더십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왔어요. 그런데 전 부회장이 취임 후 살펴보니 기술경쟁력도 흔들리고, 첨단 메모리 주도권은 SK하이닉스에 뺏기고, 파운드리는 고전하는 등 삼성의 핵심 역량이 흔들리고 있었던 거죠. 외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삼성 내부가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본 것 같아요. 

 

사과문은 전 부회장이 썼지만, 지금은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인 듯합니다. 그간 시스템의 삼성, 시스템으로 움직여왔는데 이건희 선대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 애니콜 화형식을 했던 것처럼 뭔가 카리스마를 갖고 다시 혁신의 삼성을 이끌 수 있는 상징적인 뭔가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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