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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vs 최윤범 회장, 누가 이길까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10. 1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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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정말 쩐의 전쟁이에요. 자금력의 싸움, 얼마나 많은 돈을 동원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이 측면에선 영풍-MBK가 좀 우위라 생각했는데 최윤범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를 89만 원으로 올리면서 싸움 판이 최 회장 쪽으로 확 기울었네요. 

 

일단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대부분 차입금을 활용하고 있어요. 당초 고려아연이 지난 4일 공개매수 신고서 제출했는데 거기에 자사주 공개매수 대금으로 현금 2조6635억원 투입한다고 신고했습니다. 

 

이 중 1조5000억원은 ‘자기 자금’이라고 기재를 했고 1조 1634억 원은 하나은행과 SC은행으로부터 차입하기로 했는데 아직 입금되지 않아 LOC(투자확약서) 형태로 제출을 했어요. 

 

영풍과 MBK는 보유현금이라고 한 1조 5000억 원도 사실상 빌린 돈이라고 주장을 했는데 뜯어보면 운전자금 명목으로 발행한 기업어음 4000억원, 메리츠금융그룹을 대상으로 발행한 단기사채 1조원그리고 기존 회사 보유현금 중 1000억 원인 건데 이 중에서 기업어음과 단기사채로 조달한 자금은 사실상 차입 아니냐는 거죠. 

 

고려아연은 지금 계좌에 현금으로 갖고 있으니 자기 자금이라고 쓴 건데 차입금이냐 아니냐 논란이 생긴 후에 7일에 결국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설명서를 정정해서 다시 제출했습니다. 

 

정정공시에 보면 자기자금은 5000억 원이라고 수정했는데요. 당초 1조5000억원에서 5000억 원으로 줄어든 거죠. 그리고 차입금을 2조1637억원으로 기재했습니다. 

 

그러니 결국 5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차입금으로 해결하는 건데 여기서 공개매수가를 더 올렸으니 빚을 더 짊어지는 셈인 거죠.

 

고려아연이 공개매수가를 83만원에서 89만 원으로 올리고 매수 예정수량도 372만 6591주에서 414만 657주로 늘렸습니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총 3조6885억원 정도. 고려아연이 3조 2245억 원, 베인캐피털이 참여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가 4600억 원 각각 부담합니다. 매수수수료가 32억 원 정도 되고요. 

고려아연은 자기자금 5700억 원을 넣고, 2조 6545억 원을 차입합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921억 원 자기 자금 쓰고, 나머지 3685억 원 빌리고요, 

10일 기준 고려아연 보유자금은 2조1465억원인데 여기에는 영업현금흐름으로 발생한 자기 자금은 7465억 원이고 이 중에 5700억 원을 이번 공개매수 자금으로 쓰겠다는 거예요. 나머지는  사모사채 발행해서 조달한 자금 1조원, 기업어음 발행으로 만든 4000억 원인데 결국 차입금인 거죠. 

 

돈 빌리는 데에 따른 이자부담, 재무구조 악화 문제도 있지만 고려라연이 빚 내서 자사주 매입하고 그걸로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비난도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진짜 자기 자금 중 5700억 원 쓰고 나면 1700억 원 정도 남는데, 앞으로 2차 전지나 신재생에너지 사업 위한 투자는 뭘로 하려나요. 

 

또 다른 걸림돌, 사법리스크

 

영풍과 MBK는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차입금으로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면 이건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일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이 안건에 찬성한 이사진을 형사고소했어요. 

 

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에 대해 이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황이라서 이에 대한 법원 판결도 변수입니다.

 

이렇게 돈 빌려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 고려아연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게 MBK 측 주장인데요. 부채비율 30%대였는데 100%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너무 고금리에 빌린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사실고려아연 신용등급이 AA+로 우량기업이거든요. 회사채를 공모로 발행하면 3%대 금리에 조달 가능하고 요새 회사채 시장 돈 몰려서 수요예측 하면 조단위 자금 몰리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요새 공모채 발행하면 족족 민평금리 대비 낮은 금리로 발행이 되는데요. 

 

그런데 고려아연은 메리츠증권 통해서 사모사채를 6.5%에 발행했고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으로부터 5.5%에 돈 빌리기로 했으니 아주 비싸게 이자 주고 자금을 융통한 셈인 거죠. 

 

영풍에 부담 지우는 MBK의 계약?

 

MBK는 공개매수가를 상향조정하는데 있어서 크게 부담이 없는 구조라는 얘기가 사실 자본시장에서 돌았고, 실제로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공개매수가격을 상향조정하면 MBK 입장에서는 자금이 더 많이 드니, 나중에 영풍에 콜옵션을 행사할 때 영풍 보유지분을 사 오는 가격을 낮추기로 계약을 했다는 것. 공개매수가 높이는 데에 따른 부담을 영풍이 보전해 주는 셈인 거죠. 

 

이에 대해 MBK는 어제 보도해명자료 내서 아니라고 부인하긴 했습니다. MBK와 영풍간 콜옵션 행사 가격은 합의된 가격으로 고정돼 있지 공개매수 가격에 연동돼 있지 않다는 거죠. 공개매수가를 높이면 높인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영풍과 MBK가 매수 수량에 따라 비례로 부담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인에도 업계에서는 MBK가 그런 계약을 체결했을 수도 있겠다고 보고 있긴 합니다. 사모펀드니까, 그리고 영풍쪽이 급하니까. 뭔가 부담을 더 안는 쪽으로 공개되지 않은 조건을 두지 않았을까 하는 거죠. 

 

이겨도 상흔이 깊은 전쟁

 

경영권 분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인데 일단 공개매수 가는 현재로서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가격이 더 높기 때문에 고려아연 쪽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다만 세금 문제가 복잡해서 주주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어요. 

 

MBK 쪽에 응하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고려아연쪽에 응하면 배당소득세를 내야하는데요. 개인투자자들은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일 경우 종합소득세를 내야하고 최고 세율이 49%에 달하니 이 부분 감안해야 할 거고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경우에는 조세협약 체결 지역이냐 아니냐, 해당국 법인세율이 우리나라의 배당소득세율인 15%보다 높냐 낮냐, 평균 매수단가가 얼마냐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치킨게임이라 양측 다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데 지면 지는 대로 타격이 크고 이겨도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어서 진정한 승자는 이 싸움에서 고금리로 돈 빌려주고 이자 챙길 수 있는 증권사라는 말도 나옵니다. 공개매수 수수료도 먹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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