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가로 단순 계산해보면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한 상황일까요?
8일 고려아연 하락출발해서 77만6000원으로 마감. 공개매수가가 83만원이니 현재 주가보다 높은 상황이고,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한 건 맞죠.
고려아연 측의 대항 공개매수가 시작된 4일엔 고려아연 주가가 장중 79만1000원까지 올라서 52주 신고가 기록했는데 그 이후로 더 힘을 쓰지는 못하네요. 78만 원 수준에서 주춤한 상황.
주가도 주춤하고 무엇보다 거래량도 확 줄었어요. 4일 거래량 123만주까지 치솟았는데 7일 15만 주.
영풍-MBK가 공개매수 선언한 이후 최저 거래량.
이 말은 곧, 다들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
지금 고려아연 주주들에게는 선택지가 4개 있습니다.
1. 장기 보유한다, 코스피200 종목이니 벤치마크 추종해야 하는 패시브 펀드는 계속 고려아연 담고 있어야죠.
2. 장내에서 매도한다
3. 영풍-MBK 공개매수에 응한다.
4.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에 응한다.
지금 다들 주판알 튕기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주주마다 보유 목적, 보유 기간이 다르고 평균 매수 단가가 다른데다 세금 문제도 경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유리한지 지금 다들 계산하고 있는 상황인 듯해요.
세금이 가장 큰 이슈인 듯 해요. 일단
장내에서 매도하면 증권거래세 0.18%만 내면 됩니다. 주당 83만 원과 시장가 78만 원간 6만 원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보다 내야 할 세금이 많다면 장내매도하는 게 낫겠죠.
개인투자자가 MBK·영풍 측 공개매수에 참여할 경우 이건 장외에서 이뤄지는 거래로 봐서 장외 증권거래세 0.35%를 내고
양도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합니다.
그런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양도소득세가 아니라 배당소득세를 내야 해요.
고려아연은 자사주로 매입한 후 소각하겠다고 밝혔는데 공개매수 신고서에 보면 세법상 고려아연이 매수하는 주식에 대해 주권을 회사에 반환하는 절차로 주권의 양도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고 명시를 해놨습니다. 회사에 주식을 파는게 아니라 주식소각으로 인해 의제배당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거죠.
의제배당에서 의제라는 건 "본질은 같지만 법률에서 다룰 때에는 동일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의제배당은
실제로 현금이 들어오거나 주식이 들어오는 배당은 아니지만 배당과 동일하게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식을 소각하니까 그만큼 주식 가치가 높아지고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겠죠. 그 이익이 배당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겁니다. 취득가액과 소각대가만큼의 차이를 의제배당액으로 계산하는데 주식을 넘기면 그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돈을 입금해 줍니다.
배당소득세율은 15.4%라서 양도세보다는 낮은데 문제는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누진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최고 49.5%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고려아연 측은 개인주주들 중에 금융소득 2000만 원 이상이라 최고세율이 적용될만한 주주들이 거의 없어서 15.4%의 배당소득세만 내면 되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건 개인만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
공개매수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에 응하면 배당 소득세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양도소득세는 면제되는데 배당소득세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경우 22.5%의 법인세로 부담하게 되거든요.
해외 기관투자자의 경우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한 국가라면 10%대, 조세조약 체결하지 않은 국가라면 우리나라 법인세율인 22.5%를 적용합니다.
외국인이 18% 정도 들고 있으니 이 외국인들은 조세협약 맺은 국가냐, 아니냐 그리고 양도차익이 어느정도 되냐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게 되겠죠.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상향조정할 것이란 기대감도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최윤범 회장은 이번에 지면 경영권을 잃기에 절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지금 영풍-MBK와 공개매수 조건은 똑같은데 세금 이슈나 일정상 최 회장 측이 살짝 불리해 보이는 면이 있어서 가격을 한차례 더 올릴 거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현재 고려아연 일반주주 중에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데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공개매수에 응하는게 나아요.
최근 10년 고려아연 주가 보면 장씨, 최 씨 갈등 전엔 대체로 30~ 40만원대에 머물렀으니 최근에 투자한 곳이 아니라면 40만 원 언저리일 때 샀기 때문에 지금 83만원이라는 공개매수가가 상당히 매력적인 건 분명하거든요.
경영권 분쟁이 끝나면 주가는 떨어질 수 있으니 기관투자자들한테는 잘 팔 수 있는 기회, 차익실현을 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관투자자는 영풍-MBK에 팔면 양도세 면제고 고려아연에 팔아도 법인세로 납부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텐데 다만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가 먼저 끝나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영풍-MBK쪽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거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일을 보면 영풍과 MBK의 경우 14일에 끝나고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 21일, 고려아연 23일에 끝납니다.
공개매수 정정공시를 하면 기한이 10일 연장되니까 마감일 기준으로 10일 전인 13일까지는 공개매수가를 높인 정정 신고서를 내야하는데 13일이 일요일이니 그 전 영업일인 11일까지는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11일이 분수령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거고,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11일에 과연 짠~ 하고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 상향을 발표한다면 고려아연 측에, 아니면 MBK 쪽에 응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이번 고려아연 분쟁에 있어서 핵심 중 하나. 영풍정밀.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으니 영풍정밀을 내 편으로 만들면 이 1.85%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영풍과 MBK도 영풍정밀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같이 진행했던 거고 공개매수가격도 한차례 올렸죠.
최윤범 회장 측도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나섰는데 현재 양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은 3만원으로 동일합니다. 이미 영풍정밀 주가는 공개매수가를 넘어선 상태.
다만 확보하기로 한 물량에서는 차이가 있는데 영풍과 MBK는 43.43%를 공개매수하겠다고 했고 최 회장 측은 2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혀서 최 회장측 목표물량이 적었어요.
그런데 최 회장 측이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뿐 아니라 목표물량도 상향조정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최 회장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제리코파트너스가 7일 오전 이사회 열고 영풍정밀 지분 공개매수가 인상과 목표 물량 변경을 논의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사회 후에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어요. 굳이 일찍 공개해서 패를 먼저 보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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