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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회장님들은 왜 스포츠를 지원할까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8. 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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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대한펜싱협회,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대한핸드볼협회,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한자전거연맹, 구자열 전 LS그룹 회장

 대한농구협회,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대한사격연맹 회장사, 김승연 한화 회장(2022년까지)

 대한스키협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우리나라 각종 체육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재벌집 회장님들이 많네요. 

유별나게 스포츠를 사랑해서? 올림픽을 사랑해서? 정말 그럴까요? 

물론 학창시절부터 해당 종목을 즐겼던 경우도 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학창시절 핸드볼 선수를 했던 것처럼요. 

 

그러나 시작은 강제로.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였습니다. 

기업인이 스포츠단체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건 전두환 정권 때부터인데요. 

1981년에 88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전두환 정권은 스포츠 단체장으로 '돈줄'인 재벌 회장들을 차출했어요. 
당시 올림픽 유치 준비위원장이었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1982년 대한체육회장 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혔고요. 고 정주영 회장은 우리나라의 빈약했던 국제 스포츠인맥을 극복하고 IOC 위원들의 방에 현대그룹 현지 주재원 부인들이 만든 꽃다발을 넣어주는 방식으로 마음을 사서 결국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1981년 9월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쎄울 코리아"를 외치면서 88서울올릭핌 유치가 확정된 순간 [사진=아산정주영재단]



같은 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 수장에 올라 15년간 회장직을 역임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이때 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에 올랐어요. 

스포츠를 키우려면 자금이 필요했고
그러니 돈 댈 수 있는 재벌을 동원했던 것. 

그렇게 해서 스포츠를 육성하고 국제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성과를 내고 
기업인들도 홍보가 되고 그러니 체육단체장 맡는 경우가 많아졌죠. 

 

특히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협회장을 맡는 건

재벌에 대한 국민 반감을 줄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범국가적 스포츠 이벤트고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잖아요. 
재벌에 대한 기존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고
국위선양에 기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에 딱 좋은 기회입니다. 

비인기종목은 대기업 지원 없으면 자생이 불가해요.  프로팀이 있는 축구나 야구, 농구는 진짜 '돈을 벌기 위해 운동을 하는' 프로들이 뛰지만 비인기종목들은 대부분 실업팀으로 운영되고 있고 사실상 아마추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비인기, 비주류 종목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ESG 경영 차원에서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종목에서 꼭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이 나와요. 홍보하기에 좋은. 


재계에서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윤홍근 BBQ 회장이 그 덕을 톡톡히 봤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빙상이 전체 한국 대표팀의 메달을 모두 책임지며 종합 14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일등공신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공로도 윤 회장에게 돌아갔다. 효자 종목 쇼트트랙은 중국의 편파 판정에도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윤 회장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들에게 '치킨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화제. 19명의 쇼트트랙 선수에게 치킨연금 전달. 

 

다만 재벌들이 88올림픽 떄문에 정부에 이끌려 시작했던 스포츠 지원인 만큼 
정경유착 고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K스포츠는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의 출발점. 

K스포츠는 체육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재단인데 

대기업을 압박해 기부금 받는 창구로 쓰였어요. 

이걸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고
많은 관료, 기업인이 재판 받거나 구속됐었어요. 

 

그래도 비인기종목 지원하는 재벌 회장님들이 있으니 

선수 육성도 되고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나오고 하는 건데

올림픽때만 반짝 관심 갖고 잊혀지는 건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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