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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스포츠 지원, 정의선과 정몽규 희비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8. 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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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타이밍도 참! 

파리 올림픽 양궁 한국대표팀 선전으로 재벌가 두 회장님이 계속 비교당하고 있죠. 

바로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입니다. 

정몽규 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5촌 당숙인데요. 

범 현대가 두 회장님, 한분은 웃고 한분은 울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을 지원해 왔어요.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정의선 회장이 물려받았고요. 

그 뒤로 벌써 20년이네요. 

단일 기업으로는 역사상 최장 기간 후원이고 누적으로 500억원 정도 후원한 거예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양국 여자 단체는 10연패,

단체전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금메달을 딴 건데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예요. 

남자 단체는 3연패를 했고요. 양궁팀은 1984년 첫 금메달 이후 역대 금메달 28개를 땄습니다. 

 

양궁팀 경기에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정의선 회장

그래서 '승리요정'이라는 별명도 붙었고, 양궁 키다리 아저씨라고도 불리고 

 

이번에도 진천선수촌에 파리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짓도록 하고

음향, 방송환경도 파리 대회와 똑같이 적용해 모의 대회 치르기도.

 

현대차그룹이 개인훈련용 슈팅로봇 개발해서 양국 국대팀 선수들이 로봇과 일대일 대결 하게 했고 

야외 훈련용 다중 카메라, 휴대용 활 검증 장비, 복사냉각모자 등도 제공했다고 합니다. 

 

경기장에서 10여km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 통째로 빌려 양궁팀 전용 연습장으로 쓰게 하고 

선수단 휴게공간도 마련해서 물리치료, 맞춤형 식사 제공했다네요. 

 

뭐 이런 지원은 돈 많은 재벌들이 다 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한화그룹은 사격을, SK그룹은 펜싱을 지원해 왔고요. 

그런데 유독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양궁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정의선 회장이 강조하는 두가지 키워드. 

바로 투명성과 공정성 때문인 듯 해요. 

 

작년 말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정 회장은 "양궁의 눈부신 발전은 1963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모두가 지켜온 핵심 가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꼽았는데요/ 

 

선수단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투명성과 공정성 지켜줄 것만 당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양궁협회는 지연, 학연 같은게 안 통하고

선수를 불공정하게 발탁하는 것도 없다는 평가예요. 

오직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만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코치진도 공개채용 통해 뽑죠. 

양궁 국대로 선발되기가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와요. 

 

금메달리스트여도 국대 선발에서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매년 새로운 얼굴들로.

 

지난 도쿄 대회와 항저우 대회의 경우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됐는데 

전년도에 선발된 선수들이 있었지만

다시 경쟁을 통해 대회가 열리는 해에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

 

이번 남자 단체전 금메달 딴 이우석 선수도.

도쿄 올림픽때 대표로 선발됐는데

코로나로 1년 연기됐고 다시 치른 선발전에서 탈락해서 못 나가고

이번에 나가서 금메달을 땄어요. 

그전까진 은메달만 있어서 군대도 다녀왔다고, 억울하겠지만.. 

 

그래서 정의선 회장에 축구협회장도 맡아달라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는..  

 

국내 체육협회들 파벌싸움, 지연, 학연 챙기기 너무 유별나죠. 

 

대표적으로 파벌싸움 심한 곳이 빙상연맹입니다. 

한국체육대학 파와, 비 한체대파 간 갈등이 심하고요. 

그 갈등의 폐해가 드러난 게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 사건이었죠. 

파벌싸움에 밀려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니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했죠.

그 소치 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은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 획득했고요. 

바로 그 대회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사상 처음으로 노메달을 기록했어요. 

 

유도도 용인대 출신이냐 아니냐에 따라 갈등이 심하고요. 

 


양궁협회의 공정성, 투명성이 현대차그룹 조직에도 투영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선 데에는 이런 실력 우선주의가 작용한 면이 있죠. 

 

연공서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젊은 인재 발탁. 과감하게 인재를 영입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

 

2019년에는 직급과 호칭 체계를 축소 통합하고 승진연차 제도도 폐지했어요. 

기존에는 한 직급당 4~5년차가 돼야 승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능력만 있다면 바로 상위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고 나이와 상관없이 팀장과 임원이 될 수 있어요. 

 

이런 실력우선주의가 양궁을 범접할 수 없는 초일류로,

그저 패스트 무버였던 현대차그룹을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함께 ‘글로벌 3대 자동차 회사로 올려놓는데 이런 문화가 도움이 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의문의 1패라고 할만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지금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죠. 

 

일단 한국 축구팀이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어요. 아시안컵 4강 진출도 못했고요. 성적이 안 좋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2년간 축구협회가 구설수에 많이 휘말렸잖아요. 작년 승부조작 축구인 100명 기습 사면 시도 및 철회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경질손흥민·이강인 탁구 싸움 논란.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 문제 등. 그런데 축구협회의 책임지는 모습은 볼 수 없고. 

 

하필 지금 이럴때 정몽규 회장이 또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자서전인데 '축구의 시대' 정몽규 축구 30년

 

 

“축구협회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높은 수준의 역량과 도덕성 외 인내심과 참을성”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면 온 국민의 원성을 들어야 하기 때문”

“어느 종목도 국가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럴 때마다 축구협회장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민욕받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업적에 대해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평가했고요. 

 

워낙 축구가 인기종목이니 축덕들도 많고 국민들 관심도 높죠.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합니다. 

비인기종목은 원래 기대가 낮으면 작은 결과에도 감동하고 스토리가 나오니 이런 종목 후원한 재벌들은 대표팀이 조금만 선전해도 찬사를 받는 거고요. 

 

하지만 성적보다도 사람들이 원하는 건 공정, 납득이 가는 절차, 합리적인 기준일 겁니다.

그래야 결과도 좋은 거고 감동도 있는 거니까요. 

 

축협 내부에서도 국가대표에 자기 라인 선수 뽑아달라 이런 청탁, 압력 많은거 다 알려져 있는데 

이걸 칼같이 자른 사람이 바로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고, 2002년 4강 신화를 쓴 원동력이 됐던 거죠. 

 

본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평가해 놓고는 본인이 국민욕받이라고 한탄하는 정몽규 회장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묻어가는 것 같다. 제가 운이 좋은 것 같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는 정의선 회장. 

 

정의선, 정몽구 같은 정씨고, 같은 현대가이고, 같은 협회장인데 왜 이렇게 다르냐는 얘기가 나올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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