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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노란봉투법, 더 격해진 정쟁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8. 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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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2, 3조 개정안을 말해요. 

 

노란봉투법으로 부르는데, 노동계에서는 폭탄 손해배상 방지법, 진짜사장님법으로도 부르더라고요. 

22대 국회에서 여야 최대 쟁점 법안 중 하나예요. 

 

왜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하는데 

당시 주인이 여러번 바뀌면서 사세 기울었던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2646명 해고를 발표했어요. 

당연히 해고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고

무려 77일이나 이어졌답니다. 두달 반 넘게. 

 

결국 공권력 투입됐고, 이 과정에서 공장이나 기물이 파손되기도 했어요. 

 

사측은 파업으로 공장도 못 돌렸고, 파업 해산하는 과정에서 설비가 파손됐으니

노조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에 대한 판결이 2014년에 나왔는데 무려 배상금액이 47억원. 

쌍용차 파업에 참여 노동자들이 47억원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일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어요.

 

이 기사를 본 한 아이 엄마가 예전 월급을 봉투에 받던 시절

월급 넣어주던 노란 봉투에 4만7000원을 넣어서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을 돕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이 기사를 쓴 언론사 편집국에 보냈고 

언론사가 이 내용을 또 기사로 소개하면서 

노란봉투 모금이 시작됐던 거죠. 

 

모금운동은 100일 넘게 이어져서

4만7000명이 14억7000만원을 모았아요.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를 따지기 전에 

사람은 다 소중하고, 또 그의 가족들도 소중하니까 돕고 싶다는 거였죠. 

 

정치권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큰 손해를 봤을 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한 거죠.

그게 노란봉투법인 겁니다. 

 

19대, 20대 국회에서는 발의만 됐고,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21대 국회때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터집니다.

대조양 하청 용접공이 크레인에 올라가서 버티는 점거파업 벌였고

이 파업이 51일간 이어졌는데

 

대우조선이 하청 노동자 5명에게 470억원 손배소송을 낸 거죠. 

쌍용차 노동자들이 판결받았던 47억원의 딱 10배. 상징적이지 않나요. 

그러면서 노란봉투법 논의가 수면 위로 훅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21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새로 발의됐고

야당 주도로 2023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어요. 

 

처음 노란봉투법이 발의됐을 때 핵심은 노조법 3조,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그런데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노란봉투법에

노조법 2조 개정 내용이 새로 포함되면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

 

그땐 본회의 통과 후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로

본회의 재표결 절차를 거쳐 결국은 폐기됐어.

 

22대 국회 열리자마자 야당이 입법을 강행합니다. 

7월 말에 국회 환노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고

7월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수로 단독 의결됐어요. 

 

이번 노란봉투법은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독소조항이 늘었다 이런 평가입니다. 

그래서 더 국민의힘과 재계, 산업계의 반발이 큰 것 같고요. 

 


노조법 2조, 사용자와 근로자 범위 확대


 

노조법 2조에서는 일단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게 골자예요. 

사용자는 그간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였는데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자는 것. 

 

원청과 하청간 관계에서 보면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임금 같은 근로조건을 결정할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니 

진짜 사장님과 교섭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진짜사장책임법으로도 불려요. 

 

그간 원청 사용자는 하청 근로자와는 직접 계약관계가 아니니 교섭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실상 원청기업은 수많은 하청업체 노조와 교섭해야 합니다.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노조가 삼성전자,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21대 국회에 비해 22대 국회 개정안에서 더 강화된 게 노동조합 범위도 넓혔어요. 

 

현행 규정에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데 이 규정을 삭제한 건데요. 

이렇게 되면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활동도 가능해지고  퀵서비스 배달, 골프장 캐디 같은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등도 노조를 조직해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파업 같은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근로자 범위가 넓어지는 거죠. 


노조법 3조, 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제한


 

처음 노란봉투법이 발의됐을 때 핵심은 노조법 3조였어요. 

원래 노조법에 의한 파업, 그러니까 합법적인 파업으로 기업이 손해를 입었다면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배를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 말은 역으로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손배를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인 거거든요. 

 

그래서 ‘노조법에 의한 파업’이라는 조항을 없애서 폭력이나 파괴 행위를 제외하면 파업에 대한 손배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자는 거였고요. 큰 줄기는 그렇고 그 뒤로 법안 발의 때마다 수정이 조금씩 되긴 했습니다.

 

노조법 3조에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방위하기 위해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다는 내용도 추가됐어요. 지난 노조법 개정안보다 근로자의 보호가 강화된 거죠. 

 

이 부분은 사실 민법과 다소 충돌이 되는 면이 있는데요. 불법행위로 남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 파업이나 쟁의에는 예외를 두기가 애매하다는 거죠. 

 

가담자별로 가담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나누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기업이 조합원 개개인이 끼친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입증해야 해서 쉽지 않을 것 같고요. 

 

노동쟁의의 대상도 넓어졌습니다.

쟁의 대상을 그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했는데 개정안에는 결정을 빼고 그냥 '근로조건'으로 한 거죠. 

그러면 임금인상이나 복지확대 같은 이익분쟁뿐 아니라 사용자의 부동노동행위, 단체협약 불이행 같은 권리분쟁도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거예요. 

 

경영계에서는 이렇게 하면 결국 1년 내내 하청업체와 교섭하다 끝난다, 제대로 된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중소협력기업 줄도산 불 보듯 뻔하다, 결국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의 일자리만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데요.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강화하는 것도 필요한데, 지나치면 이렇게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선에서 조정을 해야 하는데 늘 그렇듯 적절한 선을 찾는 게 제일 힘든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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