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의 정산지연 금액은 25일 기준으로
일반상품 판매가 75%, 상품권 위탁판매가 25%.
상품권 비중이 생각보다 큽니다. 4분의 1을 차지하니까.
구두상품권 시절, 모두 종이로 된 지류 상품권이었죠.
그때에도 상품권 현금화가 가능했습니다.
보통 동네 구둣방 아저씨들이 이런 환전소 역할을 했죠.
최근에도 지류 상품권을 구둣방에 가져가서 판매하는 경우 봤습니다.
구두방 사장님이 상품권 접어서 가져왔다고 이러면 제값을 줄 수 없다고 투덜투덜하시더라고요.
명동에 가면 아예 가게 하나 임대해서 각종 상품권 사고 팔고 하는 곳들이 많았고요.
오늘의 시세를 붙여놓고 보통 3~5% 정도 할인해서 판매하고 매입할 땐 10% 정도 할인된 가격이었던 것 같네요.
그러다 스마트폰이 확산하면서 디지털상품권이 나오기 시작하죠.
컬처랜드, 해피머니, 북앤라이프 도서문화상품권 같이
핀번호 기반 디지털 상품권이 선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카드로 결제를 하면 핀번호가 문자메시지로 오고
그걸 해피머니나 컬처랜드에 등록하면 내 계정에 그만큼의 머니가 쌓이는 식.
지류 상품권과 달리 상품권 발행업체 입장에서는
재고관리 비용이나 유통비용이 들지 않고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판매할 수 있는 거죠.
수수료 수익도 있지만 더 큰 건 낙전수입이에요.
상품권 갖고 있으면서도 잊어버리고 안 써서 유효기간 지난 경우 많은데
이럴 때 상품권 발행업체는 공돈을 얻는.
영업외수익으로 잡히는 이런 낙전수입이 상당히 쏠쏠하다고 해요.
이커머스 업체들도 어음처럼 활용했습니다.
자금이 필요하면 상품권 발행사로부터 받아서 판매하고
상품권 판매업체에 정산은 50~60일 뒤에 하면 되니
두 달 정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인 거거든요.
아주 편리한 자금조달 수단이었던 거죠.
특히 티몬이나 위메프가 이런 상품권 판매 양대 산맥이었는데
어려운 자금사정을 해결해 준 아주 고마운 상품이었네요.
게다가 상테크가 유행하면서 상품권 판매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그 덕에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피머니를 예로 들면
상테크족들은 보통 5만원짜리 해피머니 상품권이 4만6300원에 나오면 삽니다.
보통 신용카드는 상품권 한달 결제 한도가 100만원이니
5만원짜리 20장을 사면 92만6000원.
그러면 핀 번호가 오고 이 핀번호를 해피머니 홈피에서 입력하는 거죠.
이거 일일이 핀번호 입력하는 것도 일이에요. 손가락 노동.
가끔 핀번호 잘못 입력해서 충전 안되면 다시 숫자 체크하며 입력해야 하고.
여하튼 그렇게 내 계정에 해피머니 100만원이 충전됩니다.
이 해피머니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 7% 정도 할인을 받는 거니까
나름 스마트한 소비생활이 되지요.
이걸 아파트아이로 전환해서 관리비 내는 용도로도 많이 활용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소비용으로 쓰는 거면 상품권을 몇천만원씩 살 필요는 없잖아요.
이번에 티몬, 위메프 현장 환불자들 보면 1500만원 막 이렇게 환불받은 분들 계셨죠.
상테크의 중심은 소비를 위한 거라기 보다 대부분 항공사 마일리지 쌓기용이었습니다.
해피머니에 100만원 입력했으면 이걸 페이코에 들어가서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합니다.
전환할 수 있는 앱이나 루트는 페이코 외에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포인트를 전환할때 수수료가 8%에요.
그러니 100만원어치 해피머니를 전환하면 92만원이 페이코 포인트로 찍힙니다.
전환한 포인트는 페이코에서 내 계좌로 송금을 하는 거죠.
92만6000원 결제해서 내 통장에 92만원들어왔으니
6000원 손해인 셈인데
그런데 마일리지 적립 카드로 결제했으니까
1000원당 1마일 쌓이는 카드면
92만6000원 긁었을 때마일리지가 926마일 쌓이는 거죠.
그러니까 92만6000원 내고 92만원 돌려받으면서
6000원으로 926마일을 사는 셈인건데.
대한항공 기준 김포-제주 편도에 270마일 쌓이는데
편도 세번 탄 정도로 쌓이는 겁니다.
이걸 한달에 딱 1000만원어치 돌렸다 하면 9260마일이 쌓이는 거고요.
그렇게 1년 12달을 매달 했다고 하면 11만마일 이상이 쌓이는 거죠.
이렇게 모아서 비즈니스 항공권, 퍼스트 항공권
마일리지로 발권하는 겁니다.
신용카드는 한달 상품권 결제 한도가 있는데
체크카드는 그 한도가 없어서
마일리지 쌓이는 체크카드로 몇 천만원씩 돌려서
마일리지 쌓는 상테크족 꽤 있었어요.
그래서 상품권 매출 규모가 급성장했던 것.
한푼이 급했던 티몬이나 위메프에겐
상테크족이 자금을 공급해 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였던 셈입니다.
상품권 발행사들은 보통 유통업체에 5% 정도 할인된 가격에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유통업체는 사 온 가격보다 조금 더 비싸게 매겨서 팔아요.
예를 들어 할인율 3% 정도에만 팔아도 2%포인트 마진을 챙길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월초에 주로 4만6300원, 4만6200원 정도에 파는 상품권들이 나왔고
올라오면 대부분 금방 매진되곤 했습니다. 대략 7% 안팎의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인 건데요.
이렇게 높은 할인율에 판매한다는 건 쇼핑몰 입장에서는 엄청난 역마진 감수하고 판다는 얘기예요.
왜 손해 나는게 뻔한데 팔까요?
결국은 잠깐 끌어다 쓸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어차피 금융기관한테 빌리거나 시장에서 조달해도 이자비용이 나가기 마련이니
역마진을 돈 끌어다 쓰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판매한 거죠.
판매량이 늘어날 수록 손실은 쌓이고 재무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그런데 6월 초부터 티몬이 4만6000원 이하 상품권도 판매하기 시작한 거죠.
그럼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 몇천원 벌면서 마일도 쌓을 수 있으니 사놓고
게다가 6월부터는 이렇게 할인률 높은 상품권을 팔면서 선주문 형태로 팔았는데
지금 주문하면 다음달 초에 상품권 핀번호를 보내주겠다는 식인 겁니다.
결국은 정산주기에 지급해줄 돈이 없으니 이런 식으로 역마진 감수하면서,
발행사들한테 당장 받아오지도 못할 상품권을 판매해 그 돈으로 돌려막기를 해왔다는 거죠.
실제로 티몬 감사보고서 찾아보면 2022년게 마지막인데
그때 회계법인이 기술해놓은 내용을 보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티몬의 2022년 영업손실 1526억원, 순손실 1662억원, 완전 자본잠식 상태.
위메프는 2023년 감사보고서가 있긴 한데
2023년말 기준 영업손실 999억원, 순손실 943억원, 역시나 완전 자본잠시 ㄱ상태
역시 계속기업의 존속능력에 의문이라고 회계법인이 코멘트했네요.
2024.07.25 -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 티메프 사태 핵심은 상품권, 전조증상 있었다
티메프 사태 핵심은 상품권, 전조증상 있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신조어가 나왔네요. 티메프. 쿠팡의 늪에 빠져서 티몬과 위메프에선 멀어진 지 오래. 티몬과 위메프를 찾을 땐 거의 상품권 구매를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티메프 사태는
laissezfe.tistory.com
사실 우리나라에서 상품권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원래는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발행할 수 있었는데
1999년 상품권법 개정 이후 누구나 발행. 감독 사각지대가 됐어요.
상품권 발행과 유통이 자유롭다보니 정확한 규모 파악도 안 되고 있습니다.
상품권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가 선물로 많이 주고 받는 기프티콘도 결국은 상품권으로 볼 수 있고
스타벅스 카드 선물받거나 충전해 놓은 것도 결국은 상품권이나 마찬가지에요.
이런 상품권은 사실 발행해놓으면 기업 입장엑서는 부채입니다.
돈은 미리 받은 거고 상품권으로 뭔가를 구매하면 물건을 내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물건 사고 남은 차액은 현금으로 내주기도 하죠. 그래서 회게장부에 부채항목에 기재하는 거고요.
상품권을 팔았다 그러면 일정 비율 예치금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규정이 아예 없어요.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신탁이나 지급보증보험 같은 의무가 있는데
지금 이렇게 디지털 기반으로 상품권을 판매하는 데에도
상품권법만 적용받아서 그럴 필요가 없어.
은행도 예금 받으면 일정 비율 지급준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상품권 팔고 받은 돈은 언제든 상품권 소지자가 물건이나 현금을 요구하면 내줘야 하는 건데 당연히 이에 대한 예치금을 쌓아놓고 있어야하는 거 아닌가요.
이번 티메프 사태로 이런 규정이 좀 정비됐으면 합니다.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주기도 좀 줄일 필요가 있고요. 두달은 너무 길다 싶네요.
2024.07.29 -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 막힌 상테크, 상품권은 휴짓조각이 되는 걸까
막힌 상테크, 상품권은 휴짓조각이 되는 걸까
해피머니, 컬처캐시, 북앤라이프 도서문화상품권 등 제대로 핀번호 받아서 등록한 분들 현금화가 다 막혀있습니다. 그간 다른 포인트로 전환해서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루트들이 다 작동하지
laissezfe.tistory.com
재벌들의 스포츠 지원, 정의선과 정몽규 희비 (1) | 2024.08.03 |
---|---|
더 강해진 노란봉투법, 더 격해진 정쟁 (0) | 2024.08.02 |
막힌 상테크, 상품권은 휴짓조각이 되는 걸까 (1) | 2024.07.29 |
티메프 대응방안이라는데 글쎄 (0) | 2024.07.29 |
티몬 선주문 상품권이 그나마 환불 1순위였던 이유 (0) | 2024.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