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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능선 넘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권 가격과 마일리지는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8. 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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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거의 다 왔다


거의 다 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2년간 국내 항공업계 양대 FSC였는데 아시아나항공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한항공이 인수에 나섰어요. 

 

2020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후 4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합병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중. 바로 다른 나라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다 받지 못했기 때문. 

 

아니, 근데 왜 국내 기업이 합병을 하는데 왜 다른 나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냐고? 바로 항공사가 역외 적용 조항 대상 업종이기 때문이에요. 역외 적용 조항은 외국에서 행한 것이지만 자국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국내법 적용한다는 건데요. 국내 기업 간 합병이라고 해도 특정 국가가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면 그 나라 국내법 적용할 수 있는 것이죠. 

 

두 항공사 합병으로 이 항공사가 취항하는 국가에서 항공권 가격인상 같은 경쟁제한을 초래할 수 있으니 해당국 경쟁당국, 공정위 같은 곳에서 영향을 분석하고 승인을 해줘야 합병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 경쟁을 해친다고 판단되면 합병을 승인하지 않기도 하는데요. 실제 사례도 있어요. 지난 2021년 12월 EU 경쟁당국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반대해 무산됐습니다. LNG 시장에서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어요. 

 

항공사가 합병하려면 14개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필수 신고국은 9개국. 바로 한국, 중국, 미국, EU, 일본, 튀르키예, 대만, 베트남, 태국이고요. 

임의 신고국은 5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필리핀, 영국입니다. 

 

임의신고국에서는 취항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면 허가 안 받아도 되는데 필수신고국에서는 한 곳이라도 허가를 안 해주면 합병이 무산되기 때문에 반드시 받아야 해요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공정위를 비롯해 14개국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작년까지 14개국 중에 11개국이 승인했고 일본에서는 올해 2월 승인 받았어요. 일본 7개 노선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이를 수용하면서 받았습니다. 

 

올해 2월 유럽연합이 조건부로 승인해서 그 조건 맞추는 중이고 마지막으로 미국 승인 남았어요. 

 


유럽이 내건 조건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승인 선결조건은 두개였는데 하나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이에요. 대한항공의 화물 운송 독점 우려가 있으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다른 항공사에 넘기라는 거죠. 

 

또 한가지가 유럽 노선 조정하라는 것. 이미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등 4개 유럽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했기에 이 조건은 진작 충족을 했습니다. 

 

화물사업부는 에어인천에 매각하기로 하고 지난주 사업 매각 기본합의서 체결했는데요. 매각 가격은 4700억 원입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가격이 많으면 5000억 원 수준이었고 흥행에 실패하면 3000억 원 정도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했는데 비교적 선방한 것 같죠. 

 

EC가 매수인 평가를 마치면 10월 중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화물부문 두고 인수 경쟁 치열하지 않았나


 

지난 4월 본입찰에서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참여했어요. 간을 보던 제주항공은 최종 불참하기로 했고요. 실사 후에 최종 에어인천을 선정한 겁니다. 

 

에어인천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항공사인데 201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화물운송 전문 항공사예요. 2022년 사모펀드 소시어스 PE가 경영권 인수했는데, 소시어스 펀드가 소시어스 에이비에이션에 출자하고, 이 에이비에이션이 에어인천 최대주주인데요.  소시어스펀드의 최대 출자자가 선박 엔진 업체인 인화정공이라서 인화정공이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예요. 

 

인화정공을 비롯해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했고 결국 선정이 된 거죠. 

 

공교롭게도 인수전에 사모펀드들이 직간접적으로 다 연관됐는데  에어프레미아는 JC파트너스가 주주로 있고 MBK파트너스가 본입찰 전에 에어프레미아 컨소에 이름을 올리면서 관심을 끌었으나 최종적으로는 참여 안 했습니다. 

 

MBK 스페셜시츄에이션 2호 펀드 출자자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투자공사, 미국 콜로라도 공직자퇴직협회 등 해외 자본인데 현행 항공사업법상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인 법인과 대표자가 외국인인 법인은 국적 항공사 소유를 못하거든요.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이구요.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이 인수금융 주관사로 합류했는데 똑 떨어졌어요. 

 

결국 에어인천이 가져가게 됐는데 에어인천이 아시아항공 화물사업부 가져가면 국내 2위 화물사업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주로 아시아 단거리 화물노선만 운항했는데 장거리 노선도 가능해지는 거죠.

 


아시아나화물 인수전에 등장한 현대차그룹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인천 컨소시엄에 SI로 참여하는 방안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는데요. 소시어스 PE가 에어인천 인수 위해 만든 합자회사에 1000억 원 이상 출자한다고 합니다. 

 

인수대금 4700억 원인데 인수 후 투자도 해야 해서 6000억 원 조달 계획이라고 하는데,

-인화정공이 1000억 원

-한국투자파트너스가 1000억 원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인수금융 3000억 원.

-여기에 현대글로비스가 1000억 원 이상 출자

 

현대차그룹이 PEF와 함께 M&A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 초기부터 관심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토부가 항공 라이선스 갖고 있는 곳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조건을 걸어놔서 직접 인수할 수 없으니 PEF에 돈 태워서 참여하는 방식을 택한 듯하네요. 

 

현대차그룹은 최근 M&A에 적극적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한데 이어 작년 6월 물류 자동화 SW 전문기업인 알티올을 200200억 원에 인수했고요. 현대글로비스도 물류회사다 보니, 항공 물류의 핵심인 항공화물사업부 인수에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특히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대에 글로벌물류센터 짓고 있는데요. 물류로봇 갖춘 첨단 물류센터라는데 항공화물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필요했겠죠. 

 


미국 경쟁당국 승인은 어떻게?


 

미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승인을 받는 식이 아니라 미국 경쟁당국인 법무부(DOJ)가 2~3개월 내에 특별히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심사가 종료되는 구조라, 별다른 이벤트가 없으면 승인이 날 듯합니다. EC가 매수인 평가를 마치면 미국 경쟁당국 심사도 끝나겠죠. 

 

이렇게 14개국 경쟁당국서 승인을 모두 받고 나면 합병작업에 들어갈 텐데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 지분 64.22% 취득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거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을 받는다고 바로 통합하는 건 아니고요.  2년간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통합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 간 교환근무 같이 인력교류부터 진행하고 2년 후에는 대한항공 단일 브랜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소비자 입장에선 글쎄



세계 항공시장을 보면 우리나라는 과당경쟁이긴 했어요. 미국과 유럽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 마친 상태고요. 대표적으로 미국만 봐도 우리나라보다 국토 넓이가 98배인데, 대형 항공사 3곳으로 재편됐거든요.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델타 이렇게 세 곳으로.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독일, 프랑스도 FSC는 1개 항공사만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좁은 국토에서 FSC가 두 개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복 노선이 80%였어요. 웬만한 주요 도시는 두 항공사가 같이 취항하고 보면 운항 시간대도 비슷한 곳이 많아요. 1시간 차이로 출발, 도착하기도 하고. 이런 건 합병하면  중복 노선 효율화할 수 있을 거고 항공사 입장에서는 비용도 줄일 수 있겠죠. 

워낙 항공산업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기업 덩치가 커져야 하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하면 글로벌 10위권으로 껑충 뜁니다. 항공기 같은 인프라 유지비용이나 인력 운영 등에서 비용 효율화도 가능하고요.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아쉽긴 합니다. 아시아나 항공권이 사실 대한항공보다 저렴하기도 했고 마일리지도 대한항공보다 쌓기가 쉬웠는데 단일 브랜드가 되면 아마도 장거리 노선은 국적기냐, 외항사냐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하고 항공권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합병하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게 될 텐데 아마 전환비율이 아시아나에 불리할 수밖에 없을 거거든요. 신용카드도 보면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인데,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 이런 식으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합병 전에 아시아나 마일리지 빨리 소진하자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어요. 

 

아시아나 마일리지 12만 마일 정도 있는데 빨리 소진해야겠네요. 문제는 보너스 항공권 예약이 쉽지 않다는 것. 300일 전  예약 오픈할 때 들어가도 한두 좌석 푸니 진짜 광클해도 예약이 힘든. 그렇다고 제주나 일본 정도 단거리 이코노미에 쓰긴 아깝고. 계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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