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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재편에 소액주주 뿔난 이유

경제 흐름, 그리고 이슈

by laissezfaire 2024. 7. 2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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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어떻게 재편하길래?


7월 11일 두산그룹이 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첨단소재 3대 부문으로. 

각각의 중심 기업을 보면.

에너지 : 두산에너빌러티와 두산퓨어셀
스마트머신 : 두산로보틱스
반도체/첨단소재 : 두산 테스나

원래는 사업형 지주회사인 두산 아래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테스나가 있었고 
에너빌러티 아래 두산밥캣과 두산퓨어셀이 있었는데 

두산밥캣을 에너빌러티에서 떼어서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으로 설립하고요

그 신설법인이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데리고 나가는 모양새인 거죠. 

이후 신설법인은 소멸하고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가 되는 것. 그리고 그 이후 합병을 한다고 합니다. 

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와 일반주주가 들고 있는 54%를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100% 자회사로 만드는데 
두산밥캣 주주에게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주는 식인 거죠. 


재편의 핵심은 로봇사업을 밀어주자?



두산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로봇 사업을 꼽고 있지만 
아직 두산로보틱스는 수익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요. 
2015년 설립한 이후 작년까지 계속 적자. 적자 적자. 
올해 1분기에도 69억원 영업손실 기록. 

반면 두산밥캣은 두산그룹내 핵심 캐시카우였습니다. 
북미지역 소형건설기계 강자인데요. 
2022년, 2023년 다 영업이익 1조 원 이상 올렸다는. 
그룹 내 이익 97%를 밥캣이 책임질 정도로. 

이런 돈 잘 버는 회사를 두산로보틱스에 안겨주는 것이니
로봇사업 키우자가 키워드는 맞는 것 같네요. 

이건 두산의 경영구도와 맞물려서 생각해볼만한데 두산은 이제 4세 경영에 접어들었죠.

박승직(창업주) 아들 박두병(초대 두산 회장)

박두병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 그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이 지금 두산의 회장. 두산 일가의 장손인 셈. 
두산그룹 이끌던 박용만 회장이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2016년에 그룹 총수 자리 물려줬고요. 

4세들이 한자리씩 맡고 있는데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박진원, 두산밥켓 부회장
박석원,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사장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사장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

이 중에서 
초대 회장 4남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3남인 
박인원 사장이 2022년 말 승진하면서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두산은 원체 형제 경영체제였고,
4세 들어서는 사촌경영체제여서 
박인원 대표가 경영능력 인정받으면
후계구도 물망에 강력하게 떠오를 수 있게 된 셈이죠. 


근데 뭐가 문제일까




바로 합병비율이 문제인 겁니다.   
두산밥켓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을 1대 0.63으로 정했거든요. 
두산밥캣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바꿔주겠다는 의미. 

두산은 현행법이 양사 주가 수준을 토대로 합병비율을 정하도록 돼 있어서 이 법에 따랐다고 주장. 

맞는 말이에요. 합병가액 계산할때 주가만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같은 본빌가치와 무관하게 합병가액 결정되는 구조예요. 

주주들은 1조 넘게 영업이익 내는 두산밥캣을 믿고 투자했는데
적자 내고 있는 두산로보틱스 주주가 되라고? 반발하는 상황. 

이 재편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의 이익은 전혀 고려대상이 안된 거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3사 이사회 의사록 검토해본 결과
어디에도 주주의 이익에 대한 검토는 없었다고 합니다.

소액주주는 이런 오너 일가 중심의 의사결정이 반복됐던 것에 열폭할 만.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위법은 없었던 것 같은데


위법한 사항은 없죠. 우리나라 법이 이상할 뿐.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보면 
주권상장법인이 다른 법인과 합병하려면 
1. 최근 1개월간 평균 종가
2. 최근 1주일간 평균 종가
3. 최근일의 종가
에 따라 산정한 합병가액에 따라야 합니다.   

두 기업 시가총액이 5조 원대 초반으로 비슷하고 
주당 기준가가 두산로보틱스 8만114원, 
두산밥캣 5만612원이니 
교환비율이 1대0.63주로 결정된 것. 


그런데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만 갖고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게 
과연 타당할까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실적을 먼저 봅시다. 

2023년 기준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에 손실 158억
두산밥캣은 매출 9조7000억에 이익 1조 3000억
매출차이가 180배가 넘는데 
합병비율은 1대0.6 수준이라고?

합병, 분할이라는게 우리나라에서는 오너일가의 지배구조를 위해 활용될 때가 많아요. 
이번 두산 구조개편도 결국은 지배주주의 지분율 상승이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거죠. 

이번 거래로 두산은 그룹 내 가장 알짜인 밥캣에 대해 
실질 지배력을 14%에서 42%로 높이고 
밥캣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잠재적 배당 수익도 그만큼 높아질 거라는. 
두산밥캣이 작년에 두산에너빌리티에 준 배당만 715억 원이니 (주)두산이 가져갈 배당수익도 쏠쏠하겠죠. 


결국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


누가 고평가됐고, 누가 저평가됐나.

로보틱스 상장 1년이 채 안된. 
작년 10월에 상장했는데 
공모가가 2만6000원이었습니다 (아 그때 공모주 청약 했어야 했는데..ㅠ.ㅠ) 


상장 첫날 5만원대로 마감했고 
작년 말 한때 12만4500원까지 올랐었죠. 
지금은 7만~8만원대인데 
로봇 테마를 타고 오른 것. 
그래서 고평가된 상태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 거예요. 
적자 기업인데.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따져보면  
두산밥캣은 PBR이 1배가 채 안되고 
두산로보틱스의 PBR은 12~13배 수준. 

그러니 두산밥캣 주주들은 저평가된 우량주라 생각해서 샀는데
적자에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게 되는 셈? 열받죠. 

실제 22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패널로 나온 외국인 투자자가 이런 말을 
"로보틱스 적정시총은 7000억원
밥캣은 15조로 96배 차이 정도로 추산하는데
49대 51이 돼서 씁쓸하다. 
한국에서 이런 날강도도 생길 수 있구나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의 고질적인 문제. 

합병가액 산정을 앞두고 주가를 한쪽은 높이고 한쪽은 누를 수도 있는 것. 승계작업을 위해 주가를 눌렀던 사례가 수없이 많고, 소액주주는 이걸 너무 많이 당했다는..

그런 사례가 반복돼 와서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결국 두산 오너가 지배력 키우기 위해서 아니냐는 지적?



사실 두산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연간 1조씩 벌어들이고 있는 두산밥캣에 대한 재배력을 확대하는 셈. 

원래 (주)두산이 두산밥캣에 대한 영향력은 
두산에너빌리티 30% 갖고 있고 
에너빌러티가 두산밥캣 46% 지분 갖고 있으니
46%의 30%인 14% 정도였었지요. 

그런데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면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 42%만큼 지배력 확대
두산밥캣으로부터 배당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겠죠. 

합병방식에도 논란이 일고 있어. 
두산에너빌리티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를 보유한 투자회사로 인적분할. 
잠깐 비상장사가 된 투자회사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 꼼수라는 지적인 거죠.   

비상장사와 상장사 합병으로 진행되니 
두산밥캣 소액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구조라는 것.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떼어주면 손해 아닌지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선 아쉬울 것. 그래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도 복장 터질 일인데

본업과 크게 상관없는 두산밥캣 넘기고 
에너지사업, 원자력, SMR(소형모듈원전), 가스/수소터빈 등
본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두산그룹 측 설명입니다. 

차입금 줄어서 이자비용 줄일 수 있다는 점은, 특히 신용도 면에서는 긍정적이겠네요. 

에너빌리티가 사업법인과 투자법인으로 분할하면서
투자법인에 차입금 7200억원 가량을 넘길 예정입니다. 
이 투자법인은 두산로보틱스에 넘어가게 되니까 
빚을 넘기는 셈.

에너빌리티가 시너지가 안 나는 두산큐벡스, D20캐피털 등을
계열사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4800억원 정도 현금을 확보하게 되고요. 

그러면 빚 줄고, 현금 늘어서 
순차입금 1조2000억원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날 테고요. 
원래 연간 이자만 1500억원 안팎이었는데 
순차입금 줄면서 660억원 정도 이자비용 줄일 수 있을 듯. 
그러면서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두산밥캣 넘기는 건 아쉽지만
뭐 두산에너빌리티도 이제 어느 정도 실적이 올라와서 두산밥캣 없이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긴 했죠. 
게다가 최근 날아온 낭보. 24조원 체코 원전 수주 컨소시엄에도 포함됐지요. 


소액주주 반발 상당한데 거래가 무산될 수도?


종목토론방에 난리 난리. 무조건 팔지 말고 버티자 하는 주주들이 태반. 

이 거래 반대일세 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주식매수청구를 받는데

7월12일 이전에 주식을 취득한 이들한테  
주식 사줄테니 팔아라 이건데. 
9월24일까지 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9월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만일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두산에너빌리티 6000억원, 
두산밥캣 1조5000억원
두산로보틱스 5000억원을 넘어가면
이사회에서 개편이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또 이 거래가 주총 특별결의 사항.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 2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이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최대주주인 두산의 지분율이 30.39%로 
세 기업중 가장 낮아. 
무산될 수도 있는..


주식 소각하겠다고도 했는데, 소액주주를 달래기엔 역부족?



두산밥캣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주고받게 될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다 소각하겠다는 것.

근데 이건 소액주주가 반발하니 달래기 위해 뒤늦게 내놓은 카드라기보다 
공시에 이미 포함됐던 내용이어라. 

소각하면 두산로보틱스 신주로 발행되는 물량이 줄겠죠. 자사주 소각은 어쨌든 주가엔 호재니까. 
기존 두산로보틱스 주주는 물론 주식을 교환받은 두산밥캣 주주까지 혜택을 볼 수 있어. 

그러나.. 그렇다고 합병비율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뿔난 상태. 이 뿔을 과연 풀 수 있을 것인가. 


두산로보틱스는 밥캣 합병 후에 M&A에 나선다는데 그럼 좋은 거?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선두 목표. 
현재 시장 점유율은 4위.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이 1위인데 점유율이 40%포인트 차이. 
이 차이를 좁히려면 인수합병이 필요하지요. 

두산로보틱스는 1조씩 버는 두산밥캣 자회사로 품었으니 
현금창출력을 활용해 M&A 나설 수 있습니다. 암요. 
두산밥캣 지난 3월말 기준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1조 8000억 원에 달하고요. 
두산로보틱스는 상장할때 공모자금 4200억 원 중
지금 3700억원 정도 남아있어. 현금부자네. 

두산밥캣도 구조개편 전엔 M&A 하기 힘든 구조였는데
이젠 수월해짐.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피인수기업 지분 100% 인수해야 합니다. 
두산밥캣이 기존 두산의 손자회사였을땐 뭘 인수하려면 지분 100%를 싹 사 와야 했는데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해서 자회사로 지위가 올라가면 최대주주 지분만 사들여도 경영권 쥘 수 있으니까요. 

글로벌 건설기계들 진작에 M&A로 덩치를 불리고 
사업을 다각화했는데 두산밥캣은 공정거래법 때문에 못했던 거 사업구조 재편으로 맘껏 해보리라. 

실제 1위인 캐터필러는 최근 10년간 14개 기업 사들였고 
3위인 미국 존디어는 10년간 23개 기업 인수하고

그간 아주 인수합병 파티를 했군요. 


개미 울린 지배구조 개편 때문에 제도 바꾸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김현정 더민주 의원이 자본시장법 개정안 대표발의했죠. 
두산밥캣 합병 논란 재발 막기 위해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정을 규제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일단 자산가치, 수익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산정된
공정한 합병가액을 결정하도록 

합병가액을 두고 논란이 일 경우
공정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상장사가 부담하도록. 

합병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돼 
투자자가 손해를 입으면 
이 결정에 찬성했던 이사회 멤버들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이 개정안이 통과될지 모르겠지만 그간 소액주주들이 흘린 눈물, 국내 재벌에 대한 불신, 후진 기업 지배구조 이런 거 생각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밸류업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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